[동북아 窓]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중 패권경쟁
[동북아 窓]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중 패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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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육·해상 실크로드로 연결해 중국 중심의 경제 대통합을 이룩하겠다는 국가전략이다. 일대(一帶)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뜻하고, 일로(一路)는 동남아시아·서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양 실크로드’를 뜻한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첫해인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일대’를, 그해 10월 인도네시아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일로’를 처음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실크로드가 처음 열린 것은 전한(前漢: BC 206~AD 25) 때이나, 이 길을 통한 교역이 가장 활발했던 때는 당대(唐代: 618~907)였다. 실크로드는 중국 시안(西安)에서 시작해 타클라마칸 사막, 파미르 고원, 중앙아시아, 이란을 지나 지중해 연안에 이른다. 주로 비단을 교역했다고 하여 실크로드로 불리지만, 도자기, 향료, 차, 황금 등 수많은 물품들이 낙타나 말의 등에 실려 이 길을 오갔다. 불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를 비롯한 종교는 물론 천문학, 지리학, 수학도 이 길로 전파돼 가히 이 길은 동서 간 문명교류의 대동맥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중국은 낙타가 주 교통수단이었던 그 길에 철도를 깔고, 600년 전 명나라 정화(鄭和)의 해상원정대가 개척했던 남중국해-동남아시아-인도양-아프리카를 잇는 바닷길을 통해 중국몽(中国梦, China Dream)을 실현하겠는 것이다. 중국몽은 시진핑 주석이 2012년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된 직후 처음으로 주창한 것으로, 미국을 제치고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으로 우뚝 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이 중국몽 구현을 위해 ‘일대일로’ 계획을 발전시켰고, 2016년 1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현재 77개 국가 참여, 자본금 1000억 달러)도 설립했다. 이미 60여개 국가와 6개 국제기구가 일대일로에 참여했다. 중국은 이들 나라와 철도·고속도로·항구·파이프라인 등으로 연결되면 중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체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 지부티,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가,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등 남미 국가 등과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외교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아프리카 껴안기는 특별하다. 중국의 대 아프리카 누적 투자액은 지난해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아프리카에 건설된 최신 공항시설, 도로, 철로 등 대부분은 중국의 기술과 자본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러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를 약속했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몰디브 등이 부채급증, 반중감정 확산 이유 등으로 사업 취소나 축소를 통보해오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일부 EU 국가도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제3세계 인프라 건설을 위한 차관 제공을 위해 약 67조원 규모의 국제개발금융공사를 설립하는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미·중 패권싸움이 노골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무역전쟁, 남중국해 자유항행 문제, 군비경쟁, 북한 핵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충돌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진정으로 일대일로 사업을 성공시키려 한다면 미국과의 패권경쟁으로 치닫기보다는 국제사회의 공동 번영과 안정을 위한 선의의 사업으로의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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