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아날로그 신호의 디지털 변환을 통한 원 신호의 원격 전송이 가능하다는 디지털이론의 등장으로 아날로그 형태로 생성되는 음성전화는 물론 음악까지도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 저장, 다량 배포가 가능해졌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업체가 운영하는 유무선 음악서비스 제공 사이트인 케이티의 ‘지니뮤직’, SKT의 ‘멜론’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과 MP3가 출현하기 전 음악산업의 구조는 매우 복잡했다. 작곡가와 음악을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은 음악과 아티스트를 선택하는 A&R스텝(Artists & Reportoire staffs; 곡을 잘 소화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가수를 선정하는 작업을 하는 전문가들),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는 제작자(Production staffs), 음반을 실제 제조하는 음반 제조업자, 음반을 유통하고 광고·판매하는 유통업자와 마케터들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었으며, 이들 모두가 서로 얽히고설킨 그물망 형태의 복잡한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독일 프라운호퍼(Fraunhofer)사의 한 연구소에서 개발한 MPEG(Motion Picture Experts Group), 이 중 특히 상용화가 가능한 MPEG-1의 Layer-3형인 MP3의 출현은 이렇게 복잡했던 음악산업의 구조를 완전히 단순화시켜 버렸다. 

MP3는 보통의 오디오 파일을 효과적으로 압축시킴으로써 속도가 느린 인터넷상에서도 빠른 전송이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각종 오디오 파일을 MP3로 변환시킬 수 있고, 역으로 MP3를 실제 원음으로 변환시키게 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뮤지션들은 더 이상 위와 같은 A&R스텝, 스튜디오 제작자, 음반제조업자, 유통 및 광고업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뮤지션들은 CD나 MP3 등의 형태로 스스로 제작해서 SNS나 인터넷 뉴스그룹 혹은 대화방 등에 올려놓음으로써 전 세계에 자신이 만든 음악을 소개하고 유포시킬 수 있게 됐다. 즉 음악산업의 진입장벽이 상당 부분 완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냅스터(Napster)와 같은 등간성 P2P네트워크의 등장으로 개인이 소지한 음악을 무료로 교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존 음반업계는 위기를 느꼈으며, 이에 대한 법적 소송도 제기된 바 있다. ‘냅스터 소송’은 2007년 독일에 있는 다국적 미디어 업체인 ‘베르텔스만(Bertelsmann)’이 냅스터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음원을 생성하는 음반업체에 1억 3천만불을 지불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현재 냅스터는 회원가입제의 형태로 운영되며, 음악을 다운받을 경우 일정금액을 지불하도록 돼 있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국내에서 서비스를 실시하는 업체로 ‘소리바다’가 있다. 소리바다는 2009년부터 음원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거한 ‘버전6’를 적용해 저작권 침해의 소지를 차단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소송의 결과는 생각지도 않은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당초 기존 음반업체들의 안정성과 성장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소송과 그 결과는, 기존 음반회사들이 음원제작에 따른 수익 보호에 일부 기여한 것은 분명하나, 아이러니하게도 애플·구글과 같은 IT업체들이 그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즉 애플은 아이팟(iPod)이라는 MP3플레이어 기기를 생산한 후 아이튠(iTune) 사이트를 만들고, 그곳에 수천 곡의 음악을 음반업체와 제휴해서 업로딩해 놓았다. 그리고 아이팟 사용자에게만 오픈시킨 후 다른 음악 사이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분야에서의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산업의 주도권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넘어간 결과가 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예측가능한 변화에는 매우 잘 대응하고 있다. 예컨대 내일 비가 올 확률이 90%가 넘는다는 예보가 있을 때 우산을 챙겨 나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햇볕이 쨍쨍할 때에도 돌발적인 소나기나 우박이 쏟아질 수도 있으며, 강한 바람에 옷깃을 여밀 때도 있다. 결국 완벽한 예측은 어려우나 시대와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속한 판단 하에 지향성을 정하고 이끄는 선도자적 자세가 작금의 시대에 절실히 필요하다. IT접목으로 인한 음악산업의 변화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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