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NBC ‘北, 핵 대량생산 단계’ 보도에 지적

“실험 중지한 것… 생산 중지 합의는 아직”

“오히려 美 상응조치 조속히 이뤄졌어야”

“北, 제재압박 받아… 기존 핵 주장 못해”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미국 언론의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를 멈춘 것은 실험 단계에서 대량생산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라는 보도에 대해 “핵·미사일 실험 중지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이지 생산을 안 한다고 약속한 적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히려 “미국의 조속한 상응조치가 이뤄져야 했다”며 늑장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해당 보도와 관련해 “우리 정부나 국내 전문가들도 계속 이야기를 해왔던 부분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이처럼 말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미사일 관련 생산을) 안 한다고 약속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 북한이 약속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조속한 상응조치가 필요하다고 얘기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이번 보도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오히려 그동안 미국은 ‘시간은 미국 편’이라고 말하면서 진지한 접근을 안 했다”며 “미국이 마치 북한이 핵실험을 안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 핵능력을 완전히 포기한 것처럼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했다.

앞서 27일(현지시간) 미 NBC 방송은 ‘북한이 올해 미사일 발사를 멈춘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크리스티나 배리얼 연구원이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김정은 위원장은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 북한은 연구·개발에서 대량 생산으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NBC는 이어 우드로윌슨센터의 로버트 리트워크 수석부소장이 “북한의 현재 생산 속도라면 2020년까지 약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고 이는 영국이 보유한 물량의 거의 절반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협상 교착과 실험 중단은 트럼프가 승리를 주장하도록 할 수 있지만, 북한 또한 무기를 증강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이번 NBC 보도에 대해 “북한은 지난 4월 기존의 경제·핵 병진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총력노선을 채택했다”며 북한의 기존 경제·핵 병진노선이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성장 본부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로 인해 거의 전면적인 봉쇄상태에 직면했다”며 “경제파탄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한 북한의 경제·핵 병진노선의 지속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 지도부에서 핵심 군 간부들의 위상이 급격히 하락했고,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 중단으로 사실상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중단했다”면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을 먼저 영구 폐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내 한반도 비핵화를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정책이 바뀌지 않았다는 주장은 현실과 괴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NBC가 인용한 비핀 나랑 MIT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작년까지만 해도 절대로 핵·미사일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담판 의지를 천명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오게 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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