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우회 "자금력 없는 업체 인수시 동반 부실화"
현대건설 노조도 "고가 낙찰하면 '대우건설 사태' 재발"

(서울=연합뉴스) 현대건설 매각 본입찰 마감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과 노조가 잇따라 특정 기업의 인수를 반대하는 듯한 내용의 광고를 게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 모임인 현대건우회는 2일 주요 일간지에 '현대건설 매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광고를 싣고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인수로 현대건설이 재부실화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우회(이하 현건회)는 총 회원이 1천여명으로 현대건설 통합구매실장(전무)을 역임했던 김주용씨가 회장이며 이춘림, 이내흔, 김윤규, 이종수씨 등 전직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고문을 맡고 있다.

현건회는 "최근 인수합병(M&A) 실패사례에서 보듯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과도한 차입금 등으로 인수기업이 부실화되고 이로 인해 현대건설 마저 동반 부실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인수자금 조달액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향후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 면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건설 인수자는 고부가가치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투자 여력과 육성의지, 경영능력을 두루 갖춘 기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건회는 이와 함께 현대건설의 원자력 발전시공 기술 등 우수 기술과 경험이 해외로 유출된다면 현대건설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산업,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밝히고 현대건설의 잉여금과 이윤 역시 해외 투기자본에 의해 국외로 유출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현건회의 이 같은 주장은 현대건설 인수 후보자인 현대그룹이 독일 M+W그룹을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이려는 것을 직접 겨냥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탄탄한 현대차그룹의 인수를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건회는 특히 광고 말미에 "작고하신 故 정주영 회장님을 홍보에 이용, 고인의 명예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삼가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마무리하며 대국민 광고전을 벌이고 있는 현대그룹을 대놓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건회 관계자는 "최근 회장단 회의를 거쳐 광고 게재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배경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날 현대건설 노조도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현대건설 가족의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하고 "우량기업이었던 대우건설이 잘못된 M&A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각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기준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채권단은 회사의 미래보다는 높은 가격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당장 돈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채권단의 고가 최우선 매각 기준은 인수업체에 과도한 자금부담을 갖게 해 또다시 부실기업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은 단순한 고가 매각을 경계하는 수준으로 볼 수 있지만 금호그룹에 인수된 후 어려워진 대우건설의 사례를 통해 자금력 있는 현대차그룹의 인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대건설 임동진 노조위원장은 그러나 "고가 매각의 전형인 대우건설의 경우 채권단은 3조원 이상 벌었지만 피인수기업인 대우건설과 인수기업인 금호그룹은 경영난에 직면했다"며 "무리한 가격 경쟁을 통한 최고가 매각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현대그룹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인수 후보자인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은 현대건우회 등의 광고에 대해 상이한 반응을 내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전현직 임직원들의 걱정을 십분 이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그룹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적통성있는 현대그룹을 지지해야할 현건회가 특정기업을 지지하는 광고를 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현대그룹은 그간 현대건설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재출연, 각종 공사물량 발주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유일한 기업으로 현대건설을 바르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기업은 현대그룹뿐임을 현건회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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