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이 없는 음악

고창수(1934~  )

 

내가 청중이 없는 음악을 연주함은
마치
들새가
청중이 없는 들판 위를
신명나게 나는 것과 같다

 

[시평]

청중이 없는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 때가 우리네 인생에는 때때로 있다. 연주회는 청중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개최가 되는 것인데, 들어주어야 할 청중이 없이, 다만 연주자 혼자 해야 하는 그런 연주회가 때로는 우리네 삶 속에는 있다.

어디 음악 연주뿐이랴. 시인이 시를 쓰고, 또 쓴 시들을 묶어 시집이라는 이름으로 출간을 해도, 실은 읽어주는 독자가 많지 못한, 그래서 마치 청중 없는 연주를 해야 하는 그런 시인들, 그런 예술가들도 우리의 주변에는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예술은 고독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씁쓸한 삶의 모습은, 노래하는 그 소리 들어줄 아무도 없는, 들판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신명나게 노래하며 날아다니는 저 푸른 하늘의 새에 비유가 된다. 

그렇다. 그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그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다만 부르고 싶어 부르고, 또 쓰고 싶어 쓰는 그런 노래, 그런 시. 어쩌면 우리 모두 들어줄 청중 없는 음악을, 우리들의 신명에 스스로 겨워 연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이라는 삶의 그 연주를 우리들 살아 있다는 그 신명 하나로 스스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