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49일째인 27일 오후 화재현장 앞에 ‘하루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8.12.27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49일째인 27일 오후 화재현장 앞에 ‘하루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8.12.27

생존자들 미안함 담아 분향소 설치

“최저주거기준 지켜야 재발 방지”

희생자 기리는 추모문화제도 열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49일째를 맞아 생존자와 유족, 시민사회단체 등이 사고 현장 앞에 모여 사망자들을 추모했다.

빈민해방실천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참여연대 등 38개 단체가 모인 ‘2018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은 우선 27일 오후 2시 고시원 앞 인도에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하루 분향소’를 설치했다. 제일 많은 피해가 난 3층 창문틀엔 아직도 불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생존자들이 살아남은 데 대한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수년간 옆방·아래·위에서 함께 살던 동료들의 죽음에 대해 분향 한 번 하지 못하고 인사도 드리지 못한 데 대한 원통함이 있어 49재를 함께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49일째인 27일 오후 화재현장 앞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7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49일째인 27일 오후 화재현장 앞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7

분향소 설치 직후 기획단은 화재 생존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획단은 “국일고시원 참사 원인은 화재가 아닌 열악한 곳에 사람이 살도록 용인했던 주거 현실”이라며 “안전시설 설치를 소급 적용하도록 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통과는) 기약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그곳이 주택이든 그렇지 않든 최저 주거기준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며 “국일고시원 화재 희생자들의 49재를 맞는 오늘까지도 우리 사회는 집답지 못한 곳에 살아 생기는 죽음을 막을 장치를 아무것도 구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뒤인 오후 6시 30분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희생자 49제와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화재에서 살아남은 양모씨는 추모 문화제에서 “희생자들은 좋은 곳에 가셨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래야 한다”며 “보통 이런 사고 땐 구청이 대책을 세워 합동 분향소를 열어주는 데 이번에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한 분 두 분 찾아다니느라 힘들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49일째인 27일 오후 화재현장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생존자 중 한 명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7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49일째인 27일 오후 화재현장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생존자 중 한 명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7

양씨는 “화재 당시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해 호스를 연결하고 물을 뿌리기까지 20분이 넘게 걸렸다”면서 “사다리 하나 제대로 못하고, 물 호스 하나 제대로 연결 못해 피해가 커졌다. (소방당국이 더 잘했다면) 생존자가 더 있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살아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 그나마 살아있어서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추모 문화제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춤을 추는 것과 추모시를 낭송하는 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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