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김성완‧이지솔 기자] 2018년 종교계는 우리 사회 만큼이나 저변에 가리웠던 부패상들이 드러나는 한해를 겪었다. 불교계는 기득권 권승의 비리로 쌓여왔던 종도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불자들은 거리로 나섰고, 불심은 급기야 현직 총무원장 퇴출이라는 사상초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세계 가톨릭계는 성추행 논란으로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한국 천주교도 올해 사법권에서 번진 미투로 곤욕을 치렀다. 개신교는 내로라하는 대형교회인 명성교회의 교회 세습과 각종 비리의혹이 공중파를 타며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그런가 하면 기독교계는 지형의 변화가 생겼다. 그간 개신교계를 대표해왔던 한기총은 교세로 소멸 위기에 놓인 반면 한기총이 전쟁을 선포했던 신천지는 도리어 급성장 추세를 보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천지일보가 올해 한국사회를 달군 종교계 핫이슈5를 뽑아봤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배하러 가기위해 대웅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1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배하러 가기위해 대웅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1

1.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 종단 역사상 첫 ‘탄핵’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임기 10개월도 채우지 못한 채 ‘조계종 최단기 총무원장’ 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진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총무원장 임기를 시작한 설정스님은 끝내 자신에게 제기된 은처자, 개인재산 등 각종 의혹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했다.

설정스님은 총무원장 선거에 뛰어들기 전만 해도 덕숭총림 방장이자, 대종사, 원로의원으로 불교계에선 큰스님으로 덕망이 높고 존경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자승스님의 지지를 받고 제35대 총무원장선거 입후보하면서부터 불교시민단체와 일부 언론들을 통해 설정스님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지상파 PD수첩이 5월 1일과 29일 ‘큰스님에게 묻습니다 1·2편’을 잇따라 방영하며 설정스님과 현응스님 등 종단 수뇌부 핵심 인사의 의혹이 사회로까지 확산, 여론이 악화됐다. 논란이 커지자 설정스님은 종단 내 ‘교권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교권자주혁신위 또한 설정스님 측 인사들로 꾸려져 신뢰를 얻지 못한 채 공방만 이어졌다.

설정스님 조기 퇴진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불국사 주지를 지낸 원로 설조스님의 무기한 단식 농성이었다. 설조스님은 조계종 개혁을 위해선 총무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며 41일간 단식했다. 결국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한 설정스님은 탄핵 확정을 하루 앞둔 8월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자진해서 사퇴했다.

MBC PD수첩이 9일 밤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편을 방송하고 김삼환 원로목사와 관련해 명성교회 800억 비자금‧외화밀반출 의혹을 제기했다. ⓒ천지일보 2018.10.10
MBC PD수첩이 9일 밤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편을 방송하고 김삼환 원로목사와 관련해 명성교회 800억 비자금‧외화밀반출 의혹을 제기했다. ⓒ천지일보 2018.10.10

2.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안 결의 ‘재심’ 논란

올 한해 교계와 시민사회가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이슈 중 하나는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세습 논란이었다. 아들 김하나 목사에 담임 자리를 승계한 김삼환 목사를 두고, 사회적인 비난이 쏟아졌고, 이는 곧 명성교회가 소속돼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담임 목사에 취임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반대 여론이 강하게 일었으나, 2017년 10월 열린 동남노회 정기노회에서 선출된 임원회가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결의했다. 서울동남노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은 즉각 서울동남노회 결의에 대한 무효소송을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에 제기했다. 비대위는 세습방지법을 근거로 청빙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습방지법인 헌법 2편 28조 6항은 ‘은퇴하는 담임목사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8월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위임목사 청빙 결의가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사회적 비난이 봇물같이 쏟아졌고 언론까지 가세했다.

결국 예장통합은 지난 9월 열린 제103차 정기총회에서 총대 무기명 전자투표 결과 ‘은퇴한 담임목사 자녀를 청빙하는 것은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명성교회 세습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후 명성교회 후임 목회자 청빙과 관련해 재심 논란이 계속된 가운데 예장통합총회 재판국이 이달 4일 회의를 열고,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소송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다.

성희롱·성추행·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젠 종교계 내에서도 피해 여성들이 미투 운동에 동참하면서 종교지도자들의 성범죄 의혹이 속속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성락교회 신길본당 전경(왼쪽)과 지난달 28일 ‘한국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란 제목의 담화문 발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는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천지일보
성희롱·성추행·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젠 종교계 내에서도 피해 여성들이 미투 운동에 동참하면서 종교지도자들의 성범죄 의혹이 속속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성락교회 신길본당 전경(왼쪽)과 ‘한국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란 제목의 담화문 발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는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천지일보

3. 종교계까지 번진 ‘미투’ 성폭력 피해 유야무야

올 초 사법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로 확산된 미투 운동이 종교계로 번지면서 신부, 목사, 스님 등 종교지도자들의 성추문 의혹이 쏟아졌다. 이에 여성에게 가해졌던종교인의 성폭력이 미투 운동을 통해 그 민낯을 드러냈으며. 성범죄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천주교 수원교구 신도 김모씨는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한모 신부로부터 강간당할 뻔했다.

불교에서는 2007년 25세 여성이 경북 칠곡군 소재의 사찰 주지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해 출산까지 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한불교조계종 본사로 보내왔다. 개신교가 더하다. 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 직업군 1위는 개신교 목회자였다. 이에 종교계 내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각 교단 차원에서 성추행·성폭행 등의 근본 원인을 차단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대국민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며, 조계종은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와 사건 발생 시 대처 등의 지침을 마련했다. 종교계 시민단체들도 나섰다. 여성인권 보호에 앞장서온 인사들은 각종 토론회를 열고 앞으로의 과제를 모색했다.

그러나 가해자들의 성폭력과 성추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정작 중요한 사찰이나 교회를 이끄는 스님과 신부들은 나서지 않았으며, 소수만 목소리를 내 종교계가 미투·위드유 운동을 바라보는 시선과 무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제29-3차 임원회를 열었다. 한기총은 한국교단 연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보수진영 연합기구 통합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출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홈페이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출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홈페이지)

 

4. 교세 급감한 한기총 대표성 잃고 자멸 조짐

한국교회 최대 연합기구였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올해 대표성을 잃고 교세마저 바닥을 쳤다. 내분으로 소송마저 끊이질 않는다. 자중지란으로 붕괴 직전에 놓였다는 평가다.

교세도 이미 군소교단 연합체로 전락한 한기총이 최근에는 그나마 한기총 교세의 주축을 담당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목사에게 탈퇴 압박을 가하면서 몰락을 자초하고 있다.

한기총의 교세를 살펴보면 사실상 소멸 수순을 밟고 있다. 1989년 대형교단을 중심으로 창립한 한기총은 회원교단이 고작 10개에 불과했던 NCCK와는 달리 한기총은 2012년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전 한교연)이 분리되기 이전까지 한국교회 양대 대형교단인 예장합동·통합을 포함해 67개 회원교단을 거느리는 등 매머드급 교세를 형성했다.

한기총이 교계 내외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막강한 권력은 독이 됐다. 한기총 내에서의 교권다툼으로 인한 금권선거, 부정부패, 이단해제 등 문제가 불거졌다. 예장통합 등 주요 대형교단들은 한교연(현 한기연)을 세워 따로 떨어져나갔다. 이 때문에 한기총은 25개 교단을 잃었다. 한교연이 분리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기총 주요 교단의 교인은 1000만명(교단 자체 보고 기준)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교연 분리 이후에는 500만명대를 유지했다. 2014년 예장고신이 탈퇴했고, 교인 300만명이 속한 예장합동이 탈퇴했다가 한기총에 복귀하지 않고 행정보류 상태가 돼 결국 약 189만명만 남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이번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를 내침으로 기하성 교단이 빠져나간다면 사실상 한기총은 해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만희 총회장) 대구·경북지역 다대오 지파(지파장 최명석)가 21일 경북 청도공설운동장에서 ‘시온기독교선교센터 제108기 5반 수료식’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신천지예수교회) ⓒ천지일보 2018.10.21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만희 총회장) 대구·경북지역 다대오 지파(지파장 최명석)가 21일 경북 청도공설운동장에서 ‘시온기독교선교센터 제108기 5반 수료식’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신천지예수교회) ⓒ천지일보 2018.10.21

5. 급성장 신천지 비결은? 내년 성장세 더 가파를듯

매년 급성장을 이어가는 신천지예수교회는 올해에도 국내외 수만여명이 성경공부 과정에 입문해 2만여명이 수료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온기독교선교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신앙인이 늘고 있다. 신천지예수교회 자료에 따르면 시온기독교선교센터는 2018년 한 해 동안 모두 2만 27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구체적으로 5월 유럽 500명, 6월 3일 LA 545명, 6월 24일 베드로지파 3111명, 8월 남아공 694명, 9월 9일 도마지파 918명, 9월 30일 부산야고보·안드레지파 4521명, 10월 다대오지파 2052명, 11월 요한·시몬·바돌로매·마태·서울야고보지파(경기·수도권) 5949명, 12월에는 맛디아지파(대전·충청권)에서 1737명이 수료했다.

신천지예수교회 발표에 따르면 1984년 창립한 신천지예수교회의 성도는 1986년 200여명에 불과했으나 지난 2016년 기준 20만명에 육박해 30여년 만에 무려 1666.7배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성교단들의 집요한 방해에도 꺾이지 않고 오히려 치솟는 신천지예수교회의 성장세는 서울대 종교학과 석사 논문으로도 발표될 만큼 사회적으로도 주목 받았다. 지난해에도 총 2만 30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해마다 2만명 이상이 신천지예수교회의 성도가 되고 있다.

급성장세는 내년에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진행된 맛디아지파 수료식에서 탄영진 시온기독교선교센터 총원장은 “현재 1만 3000명이 수료를 위해 대기 중이고 센터에서는 수만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모두 합치면 약 5만여명이 된다”고 현황을 소개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 예년 수료생 평균 수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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