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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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교단연합기구로 활동해왔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한기총이 걸어온 길은 한국교회 주류 교단들의 발자취와 맥을 함께한다. 보수진영이 주를 이룬 한국교회에서 한기총이 남긴 역사적인 족적을 살펴보며, 무소불위 권력집단에서 몰락을 앞둔 현재까지 원인과 실태를 진단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한기총

내부 부패로 분열, 연합기구 난립

통합선언만 수차례… 번번이 무산

한반도 유입 당시부터 ‘각자도생’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 개신교는 초교파적인 교단연합기구가 4개나 된다. 사실 단순히 교단연합기구의 숫다가 많다는 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교단연합기구는 그 탄생배경이 정치적이고, 게다가 보수진영을 대변한다고 하는 연합기구들의 정치적인 행태는 목회자들의 부패한 생각과 맥을 함께 하기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있다. 일각에서는 한기총이 한국교회 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4일과 6일 한국교회 3‧4의 교단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결국 별도로 총회를 진행했다. 이미 두 기구는 수차례 통합을 선언했다가 합의를 이행하지 못하는 등 행태 때문에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교계 내에서도 ‘통합을 해야 하는 것’이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나되지 못하는 한국교회’는 어느새 한국교회를 가리키는 꼬리표가 됐다.

◆ 땅 나눠먹기식의 개신교 선교

사실 이 꼬리표는 한반도 선교초기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교파가 다른 선교사들이 한반도에서 지역분할 정책을 펼쳤고, 지역별로 교파가 달랐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부는 전라도와 충청도, 호주장로교선교부는 경남, 캐나다장로교 선교부는 함경도, 미국북장로교선교부는 평안도 황해도 경상북도 등 지역을 나눠서 선교했다. 이는 지역별 교파의 특성으로 자리하게 된 원인이 됐다.

이후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 문제는 조선기독교계의 분열 양상을 가속했다. 일제 치하로부터 해방되면서 한국교회에 신사참배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1945년 9월 18일 재건 노회가 열리고 두 개의 자숙안을 정했다. 그러나 신사참배에 동참했던 기성교회 인사들은 주남선 목사 등 신사참배를 거부해 수감됐다가 출옥한 성도들과 마찰을 빚었다. 10여명의 기성교회 목사들은 출옥 성도들의 비난에 대해 “신사참배는 각 개인의 양심문제로서 각자 충분한 심적 고통을 당했다”며 “이제 해방이 됐다고 해 신사참배자들을 죄인으로 운운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행위”라고 반박했다. 1951년 장로교회는 6.25 사변 직후의 총회에서 고신파를 정죄했고, 고신파는 자신들을 한국교회 정통으로 자처하며 분리하게 됐다. 일제 강점기 이후 최초 분열의 역사다.

이후 보수주의 신학은 또 한 번 분열된다. 주류를 이뤘던 초기 한국 개신교가 자유주의 신학을 한 조선신학교 김재준 교수를 배척했기 때문이다. 김재준 교수는 보수에서 이탈을 결심했고, 1953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으로의 분열의 단초가 됐다. 한국 개신교는 예장, 예장고신, 기장으로 교단이 나뉘었다.

6.25 동란 이후인 1959년 세 번째 분열이 일어났다. 복음주의연합회(NAE)와 세계교회협의회(WCC) 인정을 놓고 대립각이 세워졌다. NAE는 WCC를 용공이라고 비판하며 탈퇴를 주장했다. 이에 찬동한 일부 총대들은 승동교회에서 1959년 예장합동 총회를 결성했다. 반면 WCC를 지지하는 총대들은 이듬해 연동교회에서 예장통합 총회를 결성했다.

이후 한국교회는 수많은 교파로 분열‧난립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한국종교현황’에 따르면 현재 한국개신교 교단은 무려 374개나 된다. 중앙집권 체제인 천주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대종교 등과 다르게 불교와 개신교는 수많은 교파가 있다. 불교도 482개의 종교단체를 갖고 있지만, 사찰이 대부분 개인 소유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신교 교단 난립과는 결이 다르다.

한기총에서 떨어져 나온 대형교단을 중심으로 형성된 제4의 교단연합기구 한교총이 소수 교단들을 흡수하며 세력을 모으는 분위기다. 이달 6일 정기총회 모습. ⓒ천지일보DB
한기총에서 떨어져 나온 대형교단을 중심으로 형성된 제4의 교단연합기구 한교총이 소수 교단들을 흡수하며 세력을 모으는 분위기다. 이달 6일 정기총회 모습. ⓒ천지일보DB

◆ “교단마다 성향 달라” 연합기구 통합 회의론

한국교회는 수많은 교단으로 분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합기구를 만들어 하나가 되려고 시도했다. 한국교회의 최초 연합 기구는 1918년 2월 장로교와 감리교가 연합한 조선예수교장감연합협의회다. 해방 이후엔 한국기독교연합총회가 결성됐는데, 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모체다. 이후 1989년 한경직 목사를 위시한 교계 원로 지도자들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결성했다.

NCCK가 한국교회 진보진영을 대변한 교단연합기구라면, 한기총은 분열 직전까지 한국교회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연합기구였다. 그러나 한기총 내 금권선거‧이단논쟁 등 부패상이 드러나면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분리돼 나왔다. 교단연합기구 분열의 시초다.

한국교회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나뉘자 교계에서는 교단장들을 중심으로 하나될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한기총과 한교연의 대립은 더욱 가속화했고, 뜻을 이루지 못한 교단장들은 도리어 자신들이 연합해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출범했다. 하나되기는커녕 도리어 분열의 대열에 합류한 격이다. 결국 한교총은 제4의 교단연합기구가 됐다. 당초 한기총에 소속됐다가 한기연으로 떨어져 나왔던 덩치 큰 교단들이 모조리 한교총으로 규합했다.

현재 한기총은 회원교단의 이단 문제와 금권선거 등으로 주요 교단들이 떨어져 나가 현재는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놓였다. 그럼에도 한기총은 창립 기간을 명분삼아 법인 존속을 주장하며 자신들을 주축으로 한국교회가 통합해야 한다고 주도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기총이 한국교회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한기총 뿐만 아니라 한기총에서 떨어져 나간 한기연과 한교총도 수차례 통합 선언만 한 후 불발에 그쳐 ‘양치기 소년이 됐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한기연과 한교총은 지난 8월 17일 통합선언문 및 합의서를 작성했고, 10월 15일에도 합의서를 발표했다. 10월 28일에는 다시 한 번 합의서를 작성하며 12월 안으로 통합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같은 한국교회의 행태에 대한 교계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한국교회의 연합에 대한 정서가 한창 고조될 때인 지난 2014년 교계 언론 기자 37명(24개 매체)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결과 ‘한국교회 연합단체 분열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도자들의 명예와 욕심, 공교회를 사유화하려는 시도 때문’이라는 응답이 34명으로 91.9%를 차지했다. ‘교단들 간의 정치적 목적에 따른 합종연횡’이라는 응답은 24명으로 64.9%, ‘특정 대형교단들의 힘겨루기’라는 응답도 56.8%를 차지했다.

지난 10월 한국교회언론회 공동대표 이억주 목사는 한국사회발전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교회 연합단체들이 한국교회의 모범이 되고, 개교단이나 개교회들이 힘에 부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 뜻을 모으고, 한국교회와 대사회의 가교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연합단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통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짙다. 지난달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보수 교단연합기구 통합을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변상욱 기자는 “교단마다 성향이 다른데 일치된 지휘권이 나오겠느냐”며 연합기관 통합 논의에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통합 논의 이전에 비정치적인 거버넌스 구축과 한국교회 싱크탱크를 만들어 객관적으로 연구한 보고서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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