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민화와 등기(성협풍속화첩-투전)(제공: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18.12.27
조선시대 민화와 등기(성협풍속화첩-투전)(제공: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18.12.27

민속박물관 ‘민속학연구 43호’
이동할 때 기름 보충 어려워
많은 양 담을 수 있도록 고안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어두운 밤을 환히 밝혀주는 등잔(燈盞). 아침 태양이 떠오르기까지 등잔은 캄캄한 밤에 길을 밝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동안 역사학자들은 우리 삶 속에서의 등잔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이와 관련, 13일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민속학연구 43호’ 안의 충남대학교 백제연구소 이상일 연구조교가 쓴 ‘백제 등잔(燈盞)과 전통 등기(燈器)의 비교 연구’ 자료에 따르면, 등잔은 백제에서 주된 등기(燈器)로 사용됐는데 최근 많은 발굴성과를 통해 상당량의 백제 등잔 자료가 축적됐다. 하지만 등잔을 사용하는 구체적인 과거 모습 복원이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했다. 이에 이 연구조교는 전통 등기를 주목했다.

◆야외 행동 시 등잔 필수

전통 등기에서 보이는 큰 특징 중 하나는 이동을 위한 종류가 있었다는 점이다. 보통 전통 등기하면 등잔대와 촛대 등을 떠올린다. 혹은 연등(燃燈)을 떠올린다. 하지만 과거에는 오늘날처럼 당연히 있는 가로등과 같은 인공조명이 없었다. 이에 일몰 후 야외에서 행동할 때는 등기가 필수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전통 등기에서는 철이나 나무로 골격을 만들고 표면에 종이 등을 바른 ‘제등(提燈)’, 내부에 회전식 초꽂이를 설치해 발밑을 밝힐 수 있게 한 ‘조족등(照足燈)’과 같이 다양한 실외용 등기를 고안했다.

제등은 신라 진흥왕 신미년(551년)에 처음으로 팔관회를 연 이래로 불교 행사에 사용됐다는 의견이 있다. 이 연구조교는 “대부분의 실외용 등기는 고려시대 발전해 조선시대 때 광범위 하게 사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이를 통해 백제에서 실외용 등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백제에서도 야외에서 이동하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잔 종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백제의 손잡이 달린 등잔, 부여 관북리 출토된 등잔(왼쪽)과 부여 청산성 출토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천지일보 2018.12.27
백제의 손잡이 달린 등잔, 부여 관북리 출토된 등잔(왼쪽)과 부여 청산성 출토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천지일보 2018.12.27

자료에 보면, 백제유적에서는 손잡이가 달린 상대적으로 대형의 등잔이 출토되는데, 이러한 종류는 신라 등 다른 국가의 등잔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형태이다. 출토양상 또한 대부분 왕궁인 부여 관북리와 익산 왕궁리, 국가시설인 부여 부소산성과 청산성, 국가사찰인 익산 미륵사지 등에 주로 확인됐다. 이는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됐거나, 위계가 높은 유물로 보인다.

이 연구조교는 “일반적인 등잔에 비교해 크기가 큰 대형으로 제작됐는데, 이동하며 등잔을 사용할 때에는 기름을 보충하기 어려우므로, 많은 양의 기름을 담을 수 있게 고안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마치 손잡이와 유사한 형태의 구조물이 존재하는데, 그 부분이 잡기 편한 모양을 띠고 있으며 그을음이 적어 이동할 때 손으로 잡고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받침대 이용해 이동 가능성↑

또한 등잔은 이동을 위해 특화된 것이 아니라, 등잔의 거치를 위한 받침대를 이동용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조교는 고구려 쌍영총 현실(雙楹塚 玄室)에 그려진 공양행렬도에는 등잔 받침대로 추정 가능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는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들고 이동하는 모양이다.

중국 산서성 북제 서현수묘(山西省 北齊 徐顯秀墓)의 벽화에서도 쌍영총과 유사한 양상이 확인되고 있다. 아울러 대구 내당동 고분군 37-2호분에서는 마치 횃불과 유사한 형태의 받침대가 확인된다. 이 연구조교는 “등잔 또는 어떠한 광원을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적극적으로 이동하며 사용했을 모습도 상상할 수 있게 한다”며 “과거 문화를 복원할 때 이처럼 다양한 자료를 활용한다면 더욱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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