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자금 유용 정황과 금융권ㆍ정관계 인사 명단 담겨
수행비서 등 수차례 소환조사…의혹규명 열쇠될듯

(서울=연합뉴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가 1일 거액의 사기대출과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구속된 임병석(49) C&그룹 회장의 각종 비리에 관한 생생한 증언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취록에는 임 회장을 수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수행비서 겸 운전사가 폭로한 임 회장의 개인 비리와 행적들은 물론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정ㆍ관계 인사 명단까지 소상하게 들어 있어 상당한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녹취록은 임 회장을 100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한 광양예선의 전 임원 정모(49)씨가 만든 것으로, 그가 임 회장을 고소할 때 증거로 제출됐다. 녹취록의 존재는 2008~09년 임 회장과 정씨가 법적 분쟁을 벌이게 되면서 처음으로 회사 내부에 알려졌다.

C&그룹의 전직 임원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씨가 임 회장의 수행비서 겸 운전사 역할을 하던 직원이 얘기하는 비리를 녹취해 임 회장을 협박한 것으로 안다"며 "투서나 고소장에도 녹취록 내용이 다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2001년 친구인 정씨와 공동으로 광양예선을 인수해 예인선 사업을 해오다가 경영을 맡은 정씨가 임의로 예인선을 매각하고 경쟁업체로 자리를 옮기자 정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이에 정씨는 임 회장이 1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며 맞고소했다. 임 회장과 정씨의 맞고소 사건은 현재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C&그룹의 비자금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광양예선 관련 사건기록을 검토하면서 녹취록의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녹취록에 임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부당지원을 지시한 상세한 내역과 회사자금을 유용한 정황을 비롯해 평소 교류가 잦았던 금융권과 정ㆍ관계 인사들에 대한 신상정보까지 담긴 사실을 확인하고, 녹취록을 만든 정씨와 수행비서 김모씨를 이미 수차례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회장의 횡령 혐의 파악과 비자금 추적 과정에 녹취록과 함께 이들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중수부 관계자는 녹취록과 관련, "수사 사항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당사자들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고소사건에서 일방이 주장하는 내용은 100% 사실이라고 믿을 수 없고 참고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며 녹취록을 손에 쥐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검찰은 녹취록에 담긴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C&그룹 전체 수사가 본격적으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임 회장이 광양예선을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비롯한 여러 범죄 정황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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