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버스기사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휴대폰 올려놓은 핸들에 얼굴 고정한 채 운전

아찔한 순간 연출… “대놓고 사용할 줄이야”

적발해도 벌점 15점에 범칙금 7만원이 전부

외국처럼 강력한 제재 必… 영국, 30만원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운전 중에는 휴대폰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시내·시외·광역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버스 내부에서 부착돼 흔히 봤던 교통안전 홍보스티커다. 이는 운전 중 휴대폰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의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버스공제조합이 교통안전 홍보스티커를 제작해 보급한 것이다.

평일 평균 1151만명이 편리한 이동수단인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만큼 대중교통 이용 시 이용객의 안전이 중요한데 스티커의 내용처럼 버스 기사들은 운전 중 휴대폰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까?

한 버스기사가 운전 중 시호대기에 걸려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출처: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 ⓒ천지일보 2018.12.26
한 버스기사가 운전 중 시호대기에 걸려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출처: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 ⓒ천지일보 2018.12.26

 

◆버스 운전 중 게임 동영상 시청 삼매경

지난달 11일 오후 8시 15분께 버스를 탄 A씨는 버스 운전기사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검은색 블루투스 이어폰을 착용한 버스 운전기사가 모란역에서 성남시근로자종합복지관까지 약 5㎞를 가는 동안 게임 동영상을 시청하며 운전했기 때문이다. 고개를 내려서 핸들 위에 놓여 있는 휴대폰을 보며 운전을 해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A씨는 “운전 도중 휴대폰 사용은 금지라고 알고 있었는데 저렇게 대놓고 사용할 줄 몰랐다”며 “보면서 사고가 나진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토로했다.

여름휴가를 떠나려던 B씨도 지난 7월 비슷한 경험을 했다. B씨는 동호대교에서 한남대교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려고 버스정류장에 선 버스 앞에 섰다. 그는 문을 열어달라고 의사를 표현했으나 버스 운전기사는 휴대폰을 하느라 B씨를 보지 못했다. B씨에 따르면 그때 신호가 바뀌었고 버스 운전기사는 시선을 휴대폰에 고정한 채 액셀을 밟고 그대로 출발했다. B씨는 “기사로써 제정신인 행동인지 묻고 싶다. 그 버스에 탄 손님들과 앞으로 타실 손님들이 걱정된다”며 “혼자 운전하면서 휴대폰을 해도 위험한데 여러 사람을 태우는 버스 운전을 직업으로 삼는 버스 기사분이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 사례는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 민원상담 내용 중 일부다. 해당 홈페이지 민원상담 휴대폰 관련 교통 불편신고는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200여건이었다. 이외에도 버스 운전기사의 ▲TV 시청 ▲유튜브 동영상 시청 ▲바둑 게임 ▲전화 통화 ▲주식방송 시청 등을 항의하는 글이 있었다.

홈페이지의 항의 글에는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해당 운행 사원을 확인했으며 경위서 제출 및 본사 내방 교육을 실시해 민원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도록 하겠다. 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교통업계의 답변이 달렸다.

‘2018년판 교통사고 통계분석’. (출처: 도로교통공단)
‘2018년판 교통사고 통계분석’. (출처: 도로교통공단)

 

◆사고 절반 이상 ‘안전운전의무 불이행’

‘잠깐인데 괜찮겠지’ 하는 버스 운전기사의 휴대폰 사용 안전불감증은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DMB 시청, 내비게이션 조작 등으로 인해 발생한 사업용 차량의 사고가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도로교통공단의 ‘2018년판 교통사고 통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일어난 전국 사업용 차량 사고 4만 4784건 중 53.4%(2만 3919건)가 운전 중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했다. 다음으로 안전거리미확보(12.8%), 신호위반(10.5%) 순이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821명)의 69.7%(572명)나 된다. 시내·시외·고속·마을·전세버스의 사고 건수는 7849건으로 나타났으며, 시내버스가 2.3%(5018건)로 가장 많았다.

도로주행 중 주의를 분산시켜 커지는 사고의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2001년 7월부터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10호(모든 운전자의 준수사항 등)에서는 운전 중 휴대용 전화사용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정차 중이거나 긴급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 각종 범죄 및 재해신고 등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자동차용 전화를 포함해 모든 휴대폰 사용이 금지다. 이를 어길 시 벌점 15점과 승합자동차 7만원, 승용차 6만원, 이륜차, 4만원, 자전거 3만원 등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이처럼 운전 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 명백한 불법 행위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는 것은 적발 시 벌점 15점에 범칙금 7만원이 전부이며, 운수 회사에 항의해도 경위서 제출 등 처벌이 경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처럼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운전 중 휴대폰 사용으로 적발되면 우리나라의 5배에 달하는 약 30만원(230유로)을 범칙금으로 내야 한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사망사고를 낸 경우 선고받을 수 있는 최고형을 14년에서 종신형으로 대폭 강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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