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6

경찰→행정안전부 이관되며

민주인권기념관으로 탈바꿈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민주화 운동가들의 피와 눈물과 한숨이 서린 이곳 남영동 대공분실은 이제부터 국가권력의 폭주를 경계하고 민주인권의 수호를 결의하는 전당으로서 국민과 역사에 영구히 기여할 것입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이관식은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가 들어선 옛 남영동 대공분실의 관리 권한을 경찰청에서 행정안전부로 옮기는 행사다. 행안부는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세우기로 했다.

1970~80년대 대표적인 고문기관으로 악명을 떨쳤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념관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 총리는 “지난 1976년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지어진 뒤 불의한 권력은 민주주의의 싹을 자르는데 이곳을 썼다”면서 “그들은 민주화를 꿈꾸며 독재에 저항하던 운동가들을 이곳에서 악랄하게 짓밟았다”고 소개했다. 이곳에서 고문을 당한 민주화 운동가는 현재 391명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김근태 전 의원의 딸 김병민씨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에 참석해 있다.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박종철 열사 등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았다. ⓒ천지일보 2018.12.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김근태 전 의원의 딸 김병민씨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에 참석해 있다.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박종철 열사 등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았다. ⓒ천지일보 2018.12.26

이어 “참혹한 시련은 갇힌 분들만의 몫이 아니었다”며 “가족들은 잡혀간 가족의 행방조차 모른 채 애를 태웠고, 가족의 옥바라지를 했고, 고문으로 얻은 병을 수발했으며, 그 후유증으로 숨을 거두는 가족의 최후를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남영공 대공분실에서 이뤄진 고문의 실체는 고(故) 김근태 의원이 자신의 첫 공판에서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건물 509호에서 일어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은 19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당시 전두환 정부는 박 열사 사망에 대해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로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이 총리는 “민주인사들의 희생은 끝없이 커졌지만 운동가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일들로 인해) 시민들은 들불처럼 일어나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했으며 정치 민주화의 길을 열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정부는 국민의 희생으로 쟁취된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느 경우에도 훼손되지 않고 지켜지도록 변함없이 노력하겠다”면서 “그 길에 국민께서 늘 함께 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되도록 정부는 민주인권기념관의 관리와 운영을 성심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이 자리를 빌려 지난날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고 공분을 일으켰던 경찰의 뼈아픈 과거에 대해 15만 경찰을 대표해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은 “민주인권기념관은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한 국가폭력의 공간에서 모든 인간이 존엄성을 인정받고 존중받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산실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에서(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이 열린 가운데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진 509호 앞에 박 열사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있다.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박종철 열사 등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았다. ⓒ천지일보 2018.12.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에서(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이 열린 가운데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진 509호 앞에 박 열사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있다.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박종철 열사 등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았다. ⓒ천지일보 2018.12.26

이날 행사엔 이 총리를 비롯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민 청장, 고문 피해자, 희생자 유가족 등 시민사회 인사 약 150명이 함께했다. 행사에 앞서 남영동 대공분실의 굳게 닫혀있던 철문을 노래소리와 함께 여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지난 2005년 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라 경찰청 인권센터로 바뀌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6.10민주항쟁 31주년 국가기념식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을 기념관으로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남영동 대공분실 내부는 박 열사 사건 현장인 509호와 김 전 의원이 고문당한 515호 등 일부분을 꾸며 전시하고 있다. 내부 벽면엔 고문을 당하는 피해자의 소리를 감추기 위한 방음벽이 그대로 남아있다.

행안부가 이관 받은 남영동 대공분실 터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앞으로 관리·운영을 맡는다. 이곳에 있던 경찰청 인권센터는 지난 14일 한남동으로 이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