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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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교단연합기구로 활동해왔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한기총이 걸어온 길은 한국교회 주류 교단들의 발자취와 맥을 함께한다. 보수진영이 주를 이룬 한국교회에서 한기총이 남긴 역사적인 족적을 살펴보며, 무소불위 권력집단에서 몰락을 앞둔 현재까지 원인과 실태를 진단한다.

10억 쓰면 당선 5억 쓰면 낙선

‘10당 5락’ 꼬리표 따라다녀

2011년 금권선거 의혹 시인도

“수술불가, 총체적 난국 맞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10당 5락=10억 뿌리면 당선되고 5억 뿌리면 떨어진다.’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또한 금권선거가 터질 때마다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2011년 당시 한 매체를 통해 한기총의 금권선거 논란이 보도가 되면서 모든 화제의 중심이 됐다. 한기총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한국 시민사회가 개신교계에 등을 돌린 결정적 사건이 됐다.

1989년 창립 이후 한국사회 주류로 등장한 한기총. 한국교회 양대 대형교단인 예장합동·통합을 포함해 67개 회원교단을 거느리는 등 보수 개신교계를 대표하면서 강력한 교세를 형성했다. 한기총이 교계 내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이렇게 최고의 권세를 누리던 한기총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 같은 한기총 몰락의 배경에는 부패와 타락이 자리한다. 그중 금권선거는 대표적인 비리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이영훈 목사(20·21·22대 대표회장) 체제 때는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에 나서려면 발전기금 5000만원에다가 한기총 운영을 위한 기금 1억원을 납부하도록 정관을 개정하기도 했다. 당시 ‘돈 없으면 대표회장 선거에 나가지도 못하는 한기총’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한기총 흑역사 ‘금권선거’

금권선거 문제는 17대 대표회장이었던 길자연 목사 때 최고조에 달했다. 길 목사와 대립하던 이광선 목사의 폭로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목사는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공개하면서까지 한기총의 대표회장 선거의 실체를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2009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치를 때, 첫 번째 선거에서는 돈을 안 써서 당선되지 못했고 두 번째는 돈을 썼더니 당선됐다고 고백했다.

이 목사는 또 깨끗한 선거를 하면 반드시 패배하는 것이 현재의 한기총 선거풍토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기총의 부끄러운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지 않고는 한국교회는 절대로 개혁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주무르는 연합기구 대표회장을 뽑는데 금권선거가 얼마나 좌지우지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수백에서 수천만원이 든 돈 봉투가 오갔다는 증언이 속출했다. 당시 SBS 시사 프로그램 ‘현장 21’에서는 ‘한기총 돈선거 10당 5락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한기총의 금권선거를 보도해 일명 ‘10당 5락’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당시 한기총 내부에서조차 금권선거 문제를 시인하고, 자성과 개혁을 요구했다. 한기총은 결국 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특별기도회’를 열어 금권선거를 인정하고 회개라는 형식을 갖췄다.

당시 조효근 목사는 한국기독언론협회가 주최한 기독언론포럼에서 “(한기총) 임원선거 직전에 ‘나는 3억을 내겠소, 아니오 나는 10억이오’ 했던 사안은 한국기독교 100년 역사 속에서 가장 추악하고 서글픈 사건”이라는 탄식을 쏟아냈다.

14대·15대 대표회장이었던 엄신형 목사는 투표에 앞서 자신이 대표회장으로 당선되면 한기총 구좌로 10억을 입금하겠다고 공약했고, 결국 당선됐다.

이후 금권 선거 논란은 21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발생했다.

교회공익실천협의회 김화경 목사는 “한기총 몇몇 총무들이 금권타락선거를 조장하고 있다는 명확한 제보를 받았다”면서 “금권타락선거를 부추기는 한기총 총무단 몇몇 썩은 먹피아들은 제보 받은 내용을 공개하기 전에 회개하고 물러가라”고 촉구했다.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도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한기총의 최대 과제가 금권선거 척결”이라며 금권선거 퇴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그가 속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이 조용기 원로목사를 수백억원대 교회 예산 횡령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내연녀 논란을 제기해 ‘집안부터 돌아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24대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해 청교도영성훈련원 전광훈 목사가 수천만원대 금품수수 의혹을 폭로하면서 또다시 금권선거 논란이 일었다.

전 목사는 이미 관련 증거자료를 수집했고 “1000만원 이상 돈을 주고받은 인사들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서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해 서류 미비 등 사유로 탈락처리 되자 입장문을 내고 ‘한기총 선거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법원은 대표회장 선거가 열리는 당일인 30일 전 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선거가 잠정 연기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기총이 한국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 할수록 단체 내 패권을 쥐기 위한 진흙탕 싸움은 치열해졌다. 또 정치계 권력 싸움 추태가 한기총 선거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기도 했다. 대표회장직은 목사의 자질보다는 돈에 의해 매관매직(벼슬을 돈을 받고 파는 행위)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2017년에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출을 앞두고 후보 등록비가 구설수에 올랐다. 등록비가 1억 5000만원이라는 거액이었기 때문이다. 대표회장에 출마하려면 1억 5000만원을 납부해야 해,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교단들의 출마를 사실상 막은 셈이다.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등록비를 1억 5000만원으로 올린 부분에 대해서 한기총 구성원들인 중소교단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영훈 목사는 “정관 개정은 교권 다툼 당시 갈등을 봉합하면서 합리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이를 복원하고 선거제도 등을 보완하면 새로운 한기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를 바로 앞두고 정관을 개정하는 배경에 뭐냐는 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또 당시 이영훈 대표회장이 장기집권을 노린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엄신형 목사 길자연 목사 이영훈 목사 ⓒ천지일보DB
엄신형 목사 길자연 목사 이영훈 목사 ⓒ천지일보DB

◆한국교회에 만연한 금권선거

금권선거는 한국교회에 만연해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도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금품수수, 흑색선전 논란 등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2010년 5월 예장통합이 발표한 ‘총회선거개선을 위한 성명서’에서도 “세상 선거보다도 못한 불법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며 “상상을 초월한 대부분의 선거비용을 성도들이 하나님께 정성과 거룩함으로 드린 헌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2011년 예장합동 총회 총무선거에 출마한 황모 목사가 금품 제공 의혹에 휩싸였다. 김모 목사는 2015년 기자회견을 열고 “(황 목사의) 최측근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았다”며 “황 목사가 총무 출마 당시 교단 내 고위 인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덧붙여 “총회 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불법비리 범죄 행위가 극에 달해 있으며, 수술이 불가할 정도의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는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도 교단지 기독교보 사장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금권선거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금권선거 의혹은 2013년 8월 인터넷 언론 코람데오닷컴이 신임 사장으로 선출된 최계호 장로가 일부 이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최 장로가 고신 총회장인 박정원 이사장, 이사회 서기 손종기 이사, 김진욱 이사 등 세 사람에게 현금 50만 원을 줬다. 또 최 장로와 경선을 벌인 최영석 장로도 이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

최근에는 개신교계에서 세 번째로 큰 교세를 갖춘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금권선거 논란으로 내홍을 겪었다. 금권선거 의혹의 당사자는 감리교 수장인 전명구 감독회장이다. 금권선거 의혹은 전명구 감독회장 취임 1년 만에 2건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감독회장 금권선거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지난 2013년 제27대 감독회장 선거에서도 폭로된 바 있다. 당시 감독회장 후보로 직접 나섰던 강문호 목사는 감독회장 선거운동 기간 감리교의 40여개 (로비)그룹들로부터 적게는 4000만원, 보통 1억원에서 많게는 8억원까지 금품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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