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 한 해는 사회 전반을 뜨겁게 달군 큰 이슈들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어느 때보다 올해는 공정하고 행복한 한국사회로의 변화를 바라던 국민의 열망이 높았다. 그러한 바람과는 달리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슈들이 적지 않아 국민청원의 목소리도 컸다. 본지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올해의 10대 키워드를 선정해 10회에 걸쳐 재조명해본다.

 

 

 

맑은 날씨로 강한 일사효과 더해져

강수량 적어 뜨거운 열기 식지 못해

폭염 피해자에 지원… ‘에너지 바우처’

전문가 “지속·적극적인 냉방정책 필요”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더워도 너무 더웠다. 2018년 여름 우리는 사상 최악의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다. ‘최악’으로 기록됐던 1994년의 폭염을 넘어 ‘한프리카(한국+아프리카)’라 불릴 정도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4년과 올해 모두 우리나라 주변 대기 상층에 티벳 고기압이, 대기 중·하층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해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됐다. 맑은 날씨로 인한 강한 일사효과까지 더해져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장마가 끝난 후 강수량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 뜨거운 열기가 식지 못하고 지속해서 누적되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더욱 강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덕분에 서울은 39.6도를 기록(2018년 8월 1일)하며 종전의 기록인 38.4도(1994년 7월 24일)를 가뿐 뛰어넘으면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10월 1일 이후 1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올 여름철(6월 1일~8월 16일) 전국 평균기온과 최고기온은 각 25.5도, 30.7도로 평년(23.5도, 28.3도)보다 2.0도, 2.4도 높았다.

또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1.5일로, 197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으며, 열대야일 수는 15.7일(평년 4.4일)로 1994년(16.6일)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폭염일 수는 의성이 43일로 가장 많은 일수를 나타냈고, 폭염 최장 지속일수는 금산이 37일이다.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자 열사병이나 탈진 증세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도 늘었다. 지난 7월 23일 부산시 동래구 동래로에 거주하는 A(42, 남)씨가 폭염 속에서 이삿짐을 나른 후 귀가해 주거지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응급실 도착 당시 A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며, 체온은 41.3도였다.

7월 20일 오후 5시께 인삼밭에서 일하던 충남 금산군 주민 김모(44)씨도 전북의 한 인삼밭에서 작업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발견 당시 김씨의 체온은 42.3도였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지역은 올여름 한 달여 동안 폭염 특보가 내려지며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시민들이 신호등을 기다리며 연신 부채를 부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8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지역은 올여름 한 달여 동안 폭염 특보가 내려지며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시민들이 신호등을 기다리며 연신 부채를 부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8

 

질병관리본부가 5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온열질환 관리체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도별 온열환자는 2014년 556명에서 2015년 1056명, 2016년 2125명으로 매년 2배 정도 증가했다. 그러다 2017년 1574명으로 감소했으나 2018년에는 3배 가까운 4526명으로 급증했다. 온열로 인해 사망자는 2014년 1명, 2015년 11명, 2016년 1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7년 11명으로 감소하는 듯했으나 올해 48명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폭염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분류하고 피해자에게 지원을 받도록 했다. 지난 2일 행정안전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으로 폭염이 자연재난 범주에 포함됨에 따라 폭염 인명피해 판단 지침’을 마련해 피해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폭염 특보 발효 기간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로, 의사가 피해자에 대해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판정한 경우여야 한다. 폭염 특보 발효 기간에 온열 질환으로 입원했다가 폭염 종료 이후 사망한 경우에도 폭염 인명 피해자로 인정된다.

인명 피해자로 분류되면 사망자 1000만원, 부상자 250만∼5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는다. 어린이를 차 안에 방치하거나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등 보호자나 본인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함께 ‘에너지 바우처’를 내년부터 여름 폭염 때도 지급할 전망이다.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취약계층이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도 바우처를 쓰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예산을 올해 832억원에서 내년 937억원으로 105억원 증액했다.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은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생계급여 또는 의료급여수급자) 중에서 어르신,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출산한 지 6개월 미만인 여성 등이다. 바우처의 한도는 가구 인원에 따라 월 8만 4000∼12만 1000원 수준으로 가스와 전기, 엘피지(LPG), 등유, 연탄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고시원이나 쪽방촌 등에 거주해 바우처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바우처를 현금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국내에서도 지속적인 온열질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소영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한국 온열질환 양극화와 일본의 냉방복지 정책’ 보고서에서 “연이은 무더위로 한국의 온열질환 환자가 급증했으며,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에 비용부담을 느끼는 에너지 빈곤층의 상당수가 온열질환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며 “에너지 빈곤층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에어컨 설치비 지원 정책과 같은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냉방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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