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산소 챔버. (출처: 연합뉴스)
고압산소 챔버. (출처: 연합뉴스)

일산화탄소 중독자 치료결과

“다인용시설, 국내 4곳밖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최근 강릉 펜션 사망 사고 등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고 이후 치료에 사용되는 ‘고압산소치료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이 큰 것은 산소보다 일산화탄소의 혈액(헤모글로빈) 결합력이 높아 산소 운반에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산소가 꼭 필요한 뇌, 심장, 신장 등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초기에 적절한 산소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면 사망위험이 올라감은 물론 회복 이후 급성기 신경학적 부작용에 의한 치매, 신경정신장애, 운동장애 등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

산소치료는 정상압 상태에서의 산소마스크 착용(100% 산소요법)과 고압산소 치료로 나뉜다. 이 중 고압산소 치료는 챔버 안에서 대기압(해수면 수준)보다 2~3배 높은 고압산소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5일 단국대병원 응급의학과 연구팀(고찬영·조현영·최한주)이 대한응급의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09∼2013년 사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20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중증 환자일수록 고압산소치료가 산소마스크 착용보다 회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경학적 손상이 경미한 경우는 고압산소치료나 산소마스크 착용 여부와 관계없이 높은 회복률을 보였다.

고압산소를 투여했을 때 혈중에 용해되는 산소농도가 20배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헤모글로빈에 결합하는 기체를 빠른 시간에 일산화탄소에서 산소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정상압 상태에서의 산소마스크 착용은 이런 효과가 5배 정도여서 고압산소치료보다는 낮은 편이다.

고압산소치료기 사용이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에만 국한해 사용되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감염에 대한 조직 저항을 증가시켜 독소 생성을 억제하고, 상처 치유를 촉진하는 효과가 확인돼 감염, 화상, 뇌 손상, 당뇨발 치료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에서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의료기관은 총 26곳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중증의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와 의사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다인용 시설은 전국에 겨우 5곳도 채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찬영 단국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연탄 사용이 줄었는데도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우리 현실을 고려하면 고압산소치료 시설이 매우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현재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시설을 쓸 수 있는 의료기관은 전국에서 4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처럼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시설이 부족한 이유로 대당 10억원을 호가하는 고압산소치료장비 설치에 대한 비용 대비 효과 논란도 있지만, 의료진이 받는 보험수가가 너무 적다고 하소연한다.

고압산소치료기를 한번 돌리는 데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이 걸리지만, 의료진이 받는 보험수가는 고작 10만원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우리 병원의 경우 아직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고압산소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이 연간 2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다”면서 “불의의 사고든, 자살이든 미연에 예방하는 게 최선이지만 사후 치료에 대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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