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선출되는 차기 대표회장을 놓고 현 대표회장인 엄기호 목사 진영과 세 번 대표회장에 출마했다가 번번이 좌절된 김노아 목사 진영, 한기총 내부 고발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18일 후보자 기호추첨을 한 엄기호 목사(왼쪽)와 김노아 목사가 자신의 번호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출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DB
내년 1월 선출되는 차기 대표회장을 놓고 현 대표회장인 엄기호 목사 진영과 세 번 대표회장에 출마했다가 번번이 좌절된 김노아 목사 진영, 한기총 내부 고발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18일 후보자 기호추첨을 한 엄기호 목사(왼쪽)와 김노아 목사가 자신의 번호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출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DB

내년은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교단연합기구로 활동해왔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한기총이 걸어온 길은 한국교회 주류 교단들의 발자취와 맥을 함께한다. 보수진영이 주를 이룬 한국교회에서 한기총이 남긴 역사적인 족적을 살펴보며, 무소불위 권력집단에서 몰락을 앞둔 현재까지 원인과 실태를 진단한다.

차기 대표회장직 놓고 ‘이단 논쟁’
정치적인 이단 해제… 결국 해프닝
“이단 규정, 교단 아닌 성경 기준”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이름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지만, 툭하면 지도자끼리 이단 시비가 붙어 도무지 연합되지 않는 단체 한기총. 한기총은 6년 전 이단 논쟁과 금권선거 등 부패상이 드러나면서 여전히 바람 잘 날 없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내년 1월 선출되는 차기 대표회장직을 앞둔 상태에서 한기총 내의 오락가락한 이단 규정이 이번에도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기총-한기연 이단 논쟁 ‘교세급감’
1990년대 자체집계 회원수 1200만을 자랑했던 무소불위 권력단체 한기총은 장로교 특유의 이단 논쟁으로 자중지란(自中之亂)을 겪으며 분열되기 시작했다. 분열 이후 약해진 교세뿐 아니라 한기총 내에서의 교권 다툼으로 인한 금권선거, 부정부패, 목회자 비리, 이단해제 논란 등의 문제도 불거지면서 2012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등 주요 대형교단들이 한교연(현 한기연)을 세워 따로 떨어져 나갔다. 이로 인해 한기총 회원은 536만명으로 급감했고, 25개 교단을 잃었다.

2014년에는 예장고신이 탈퇴했고, 교인 300만명이 속해 있는 한기총 최대 교단 예장합동이 탈퇴했다가 한기총에 복귀하지 않고 행정보류 상태가 돼 결국 약 189만명만 남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18년에는 이미 군소교단 연합체로 전락한 한기총이 그나마 한기총 교세의 주축을 담당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목사에게 탈퇴 압박을 가해 사실상 붕괴 직전에 놓였다.

현재 한기총은 이영훈 목사가 기독교하나님의성회 교단 명의로 한기총이 아닌 주요 교단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가입해 있고, 공동 대표회장직을 맡은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또 한기총은 임원회에서 한기총 역대 증경 대표회장들의 재정 비리 문제를 거론하며 이 목사를 포함하기도 했다. 이번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를 내침으로 기하성 교단이 빠져나간다면 사실상 한기총은 해체 수준이다.

◆대표회장직 놓고 소송전 비화

한기총은 교세 하락뿐 아니라 내부분열도 심각하다. 내년 1월 선출되는 차기 대표회장을 놓고 현 대표회장인 엄기호 목사 진영과 세 번 대표회장에 출마했다가 번번이 좌절된 김노아 목사 진영, 한기총 내부 고발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6월 엄기호 목사와 질서위원회 위원장 김희선 장로는 김노아 목사의 학력과 신학교 졸업장 등에 문제를 삼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건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그러나 최근 김 목사의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 출마를 놓고 발목을 잡았던 고발이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돼 짐을 덜게 됐다.

검찰 무혐의 처분에 엄 목사 측은 이번엔 다른 수를 내놓았다. 최근 열린 임원회에서 김 목사에 대한 한기총 가입 보류를 결의한 것이다. 한기총 징계소위원회는 김 목사가 한기총 가입 당시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문제를 거론하며 이단사비이대책위원회 검증이 끝날 때까지 가입을 보류하기로 결의했다. 임원회 결의가 실행위원회를 통과하면 사실상 김 목사의 차기 대표회장 출마 자격은 사라진다.

이에 김 목사 측도 김 장로를 같은 달 27일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무고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해 검찰 송치 중이다. 이달 3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원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하고 맞수에 돌입했다.

김노아 목사는 지난 22대 대표회장 선거와 이후 이영훈 대표회장의 직무정지로 인한 보궐 선거 때에도 후보로 나섰던 인물이다. 법적 소송으로 이영훈 대표회장 직무를 정지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이단성 논란으로 번번이 대표회장 선거에서 낙마해 쓴 맛을 봐야 했다. 그의 과거 배경 때문이다. 김노아 목사의 개명 전 이름은 김풍일이다. 그가 김풍일로 활동할 당시인 지난 2009년 예장통합은 교리 등을 문제 삼아 김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4년 후인 2013년 김 목사는 이름과 소속 교단, 교회 명칭까지 모두 바꾸고 한기총에 가입했다.

당시 한기총은 김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던 예장통합이 탈퇴한 상태였다. 김노아 목사는 예장성경총회 새빛등대중앙교회 김풍일 목사에서 예장성서총회 세광중앙교회 담임목사로 탈 변신했다. 그러나 이름과 교단 등은 바꿨지만 그의 교리는 변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교계언론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이 때문에 최근 김 목사는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이단 논란이 된 교리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또 법적소송을 통해 후보 등록 명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향한 김 목사의 강한 집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한기총 내에서는 엄 목사가 차기 대표회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엄 목사가 차기 대표회장에 재출마하기 위해 정관변경을 위한 인사 선임에 돌입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리고 올해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김노아 목사 측도 다시 후보로 등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이단규정’ 딜레마 빠진 한기총
2009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총회는 큰믿음교회 변승우 목사에 대해 백석 교단의 교리와 상충해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해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2010년 한기총은 변 목사에 대해 “범 교단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이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이단을 해제했다.

같은 년도인 예장통합과 합신은 크리스천투데이 설립자 장재형 목사에 대해 이단 요소가 있다며 교류 금지를 선언하는 등 이단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2010년 10월 한기총은 전혀 이단성이 없다고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후에도 한기총은 ‘류광수 다락방’과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등을 인정했다. 똑같은 하나님과 성경을 믿는 한국교회에서 교단은 이단으로 규정하고, 교단연합기구에서는 이단을 해제하는 해프닝이 계속돼온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다가 해제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교회들이 한기총에 의해 줄줄이 이단 해제가 됐다.

◆“교단 입장 아닌 성경 기준 돼야”
그렇다면 이단 규정은 어떤 기준으로 이뤄질까. 사실 한기총뿐만 아니라 세계교회에서는 이단 규정이라는 단어조차 논의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2016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한 카페에서 진행된 ‘한국교회 이단정죄기준,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장신대 강희창 박사는 WCC에서의 이단 기준에 대해 “이단을 정죄한다고 하기보다 전통에 대한 동질감 같은 것을 의식하고 있다”며 특별한 이단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숭실대 교회법학 전공 김정우 박사는 “20세기 에큐메니칼 운동이 시작되며 인권이 신장하고 관용의 분위기 때문에 이단 논의가 현격히 줄었다”며 “미국 장로교인 PCUSA에도 이단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이단이라고 규정할 기준이 있다는 한국 장로교 교단에서는 지침이나 기준보다 교단의 정치적인 분위기가 더 우선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기총에서 류광수 다락방에 대한 이단 해제 심문에 참여했던 종교법학회장 유장춘 박사는 “(교단 내 정치적인 흐름을 모르고) 교단의 이단 해제 지침에 맞춰 (다락방 류광수 목사에 대해) 이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소견을 냈는데, 현실은 달랐다. 정직 1년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강 박사는 이단으로 정죄했다가 그 판단을 번복한 경우에 대해 “정죄한 쪽이 무책임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박사는 제임스 스펜서의 저서 ‘헤레시 헌터스(이단 사냥꾼)’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사람들은 성숙한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단지 편협한 신학의 잣대만으로 무차별한 돌을 던지는 것은 이단 사냥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강 박사는 “성경을 가감하면 이단이 된다고 하는데 가감하지 않고도 다른 구절을 들이대면 다른 내용이 될 수 있다”며 “성경해석이 판단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교단적 입장과 성경구절을 연결해서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더 깊이와 넓이를 더한 판단이 중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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