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故 김용균씨 추모집회가 열렸다. 정규직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죽지 않게 해 달라, 더 이상 죽어가는 동료를 보고 싶지 않다는 하청 노동자의 절절한 절규가 광화문광장을 메웠다. 김씨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에서 ‘연료환경설비운전’으로 1년 계약직으로 일하다 지난 11일 새벽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사전에 수없이 위험신호가 있었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무시됐다. 

통계결과 2012~2016년 일어난 발전소 안전사고(346건)의 97%가 하청 업무이고, 2008~2016년 산재 사망자 40명 중 93%가 하청 노동자로 나타났다. 이처럼 산업체에서 빚어지는 위험의 외주화는 아주 오래된 관행이자 적폐다. 그 관행 속에서 숱하게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어갔지만 별다른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유사문제의 재발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김용균씨 사태 이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 개정을 더 미룬다는 건 직무유기”라고도 했다. 마땅한 발언이지만 실천 여부는 미지수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때도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패키지 법안들을 나왔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동종의 법안도 휴면 상태다. 국민의 생명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정쟁을 이유로 마땅히 처리해야 할 법안을 외면하면서 애꿎은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사지로 내몰고도 외면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국민에게 심판 받는 법이다. 여야는 27일 임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쟁점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 중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도 포함됐다. 국회는 해당 법안만큼은 반드시 처리해 ‘죽고 싶지 않다’는 노동자들의 절규에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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