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탐방] 역사문화도시 나주아이들 “우리는 금성관에서 한복 입고 놀아요”
[지역탐방] 역사문화도시 나주아이들 “우리는 금성관에서 한복 입고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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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9일 전남 나주시 금성관 앞마당에 한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전통놀이를 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3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9일 전남 나주시 금성관 앞마당에 한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전통놀이를 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3

문화재복원 및 도시 재생 활발

매주 수요일 한복 입고 놀아요
협동심‧단결 등 정서안정에 好

역사자원, 교육‧홍보 ‘일거양득’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스마트폰, 게임보다 친구들이랑 오자미 던지고, 사방치기, 비석치기 할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해요.”

과거 천년 번영의 역사문화를 간직한 구도심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나주 어린이들은 과연 어떻게 놀까.

전남 나주시는 김천일 장군 등 호남 의병장의 고장이자 국내에서 성균관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향교가 있다. 또한 전남 최대 규모의 관아 금성관(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호)이 위치해 있으며 원도심 전체가 문화재 발굴 대상 지역이다.

최근엔 나주 한옥마을을 조성 중이며 ‘살아있는 역사박물관 만들기’를 주제로 나주읍성 4대문 등 역사 문화재복원 및 도시재생사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본지가 금성관을 찾은 지난 19일 한 카페 2층에서 금성관 마당을 내려다보니 도시에선 보기 힘든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일년 내내 이곳에서는 가끔 소소하지만, 여느 도시에선 보기 힘든 광경을 볼 수 있다.

다소 쌀쌀한 날씨지만 나주 금성관 마당에서 한복을 입고 줄다리기, 오자미던지기, 사방치기 등을 하며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9일 전남 나주시 금성관 앞마당에서 어린이들이 오자미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3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9일 전남 나주시 금성관 앞마당에서 어린이들이 오자미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3

“이겨라, 이겨라 우리 풀잎 반 이겨라”, “힘내라 성준이 힘내라” 남자, 여자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폴짝폴짝 뛰며 서로 자기 반을 응원하고 있었다.

춥지 않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전혀 춥지 않아요. 오늘은 한복 입고 노는 날인데 친구들이랑 금성관에 와서 뛰어놀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요”라고 외쳤다.

일반적으로 운동회나 설날·추석 등 특별한 날 행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날 행사는 인근에 있는 K 어린이집에서 매주 진행하는 전통놀이 수업이다.

오자미 놀이가 끝나자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능숙한 발길로 동익헌 앞마당에 사방치기 모양 판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미선(29, 여, 전남 나주시 교동)씨는 “저희는 가까운 향교, 금성관, 금성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전통놀이를 하며 이렇게 놀아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역사전통 마을에서 사니까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특별히 비싼 교구도 필요 없어요. 멀리 나가지도 않으니 체험비도 들지 않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니 저희도 덩달아 행복하고 즐거워요”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9일 전남 나주시 금성관 앞마당에서 K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3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9일 전남 나주시 금성관 앞마당에서 K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3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전통놀이하는 것을 바라보니 잠시 시간을 거슬러 조선 시대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전통놀이가 끝나고 두 줄로 서서 질서 있게 돌아가는 어린이들을 따라 K어린이집으로 이동했다.

흙담 길을 따라 들어서니 메주, 곶감 등이 걸려있는 마당, 전통 문짝을 활용한 입구 게시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복도에는 장구, 북 등이 진열돼 있었다.

한쪽에선 야외수업에 나오지 않은 0~4세 아이들(유아반)이 색동한복을 입고 투호 놀이와 제기차기, 윷놀이 등을 하고 있었다.

한현옥(여, 50대, K 어린이집 운영)씨를 만나 이처럼 전통놀이를 시작한 배경을 들어봤다.

한현옥씨는 “우리 엄마들은 어렸을 때 ‘곤지곤지’, ‘지암 지암’, ‘도리도리’, ‘짝짜꿍’ 등 발달단계에 맞춰 아이들을 가르쳤고 공수 제배 등 예절 교육과 밥상머리 교육을 해왔다”며 “또 실뜨기, 공기놀이, 비석치기, 말뚝 박기 이런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협동 정신을 가르치고 자유롭게 아이들을 뛰놀게 해 에너지를 순환시켰다”고 운을 뗐다.

한씨는 “요즘 엄마들과 원장들은 무슨 유명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외국의 좋다는 것은 뭐든 가르치려고 한다. 하지만 갈수록 핵가족화, 개인화되고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알고 보면 정서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우리 전통교육방법만큼 좋은 것은 없다. 실제 정서장애아동도 치유되는 사례를 여러 번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놀이교육에 대해 “한마디로 전통놀이교육은 전 국민의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이라며 “전통놀이는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화를 배우게 하고,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며, 정서, 뇌 발달에도 좋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확연히 다르다. 밝고 면역력이 높고, 학교에 가서도 발표력 등 자신감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놀이 배경엔 무엇보다 ‘천년고도 역사문화 도시’라는 역사·문화적 배경과 선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주인으로서 전통놀이 수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고 사명감”이라며 “우리의 작은 활동이 나주를 알렸으면 한다. 내년에는 비단 나주, 천연 염색 나주를 알리기 위해 한복 대신 천연염색 한복을 아이들에게 입혀 더욱 나주를 알리고 싶고, 전국에 전통놀이를 알리는 것이 저의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9일 전남 나주시 금성관 동익헌 마루에서 K어린이집 어린이들이 한복을 입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3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9일 전남 나주시 금성관 동익헌 마루에서 K어린이집 어린이들이 한복을 입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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