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 한 해는 사회 전반을 뜨겁게 달군 큰 이슈들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어느 때보다 올해는 공정하고 행복한 한국사회로의 변화를 바라던 국민의 열망이 높았다. 그러한 바람과는 달리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슈들이 적지 않아 국민청원의 목소리도 컸다. 본지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올해의 10대 키워드를 선정해 10회에 걸쳐 재조명해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가 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특검에 재소환된 9일 오후 ‘드루킹’ 김모씨(오른쪽)가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이날 허 특검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모씨를 나란히 소환했고 대질신문을 통해 ‘킹크랩 시연회’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 모두 대질신문에 동의한 만큼 저녁 시간 이후부터는 대면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 2018.8.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가 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특검에 재소환된 ‘드루킹’ 김모씨(오른쪽) ⓒ천지일보 2018.8.9

댓글 조작 횟수 1억회 육박

여권 핵심으로 번지며 파장

노회찬, 극단적 선택하기도

특검, 김경수 구속시도 실패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더 이상 거리에서 지지자들의 손을 맞잡는 것만이 선거운동이 아닌, 온라인상 댓글 지지활동도 선거운동이 된 세상. 이런 인터넷 여론을 매크로 등 기계로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표출된 것이 올해를 관통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올해 1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네이버 기사에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이 급증하자, 네이버와 더불어민주당이 “기계적인 매크로 조작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 의뢰하면서였다.

3월 21일에 이번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동원(49)씨가 체포됐다. 4월 13일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그가 민주당원이고,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댓글활동을 지원하고 대가로 오사카 총영사직 청탁 등을 들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이 사건은 정국을 뒤흔들 사태로 커지게 됐다.

김 지사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을 대선에서 돕고 싶다고 해 경기도 파주에 있는 사무실에 몇 번 찾아간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됐고 검찰은 드루킹 일당을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5월 4일엔 경찰이 김 지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처음 포토라인에 서는 순간이었다.

드루킹 사건 시작부터 최근 재판까지 주요 일지. ⓒ천지일보 2018.12.23
드루킹 사건 시작부터 최근 재판까지 주요 일지. ⓒ천지일보 2018.12.23

수감된 드루킹은 이른바 ‘옥중편지’를 통해 “김 지사 앞에서 댓글 자동조작 프로그램(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지난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사무실인 느릅나무 출판사(산채)에 찾아갔다.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을 보이고, 김 지사는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으로 동의했다”고 언급했다.

김 지사는 “어처구니없는 소설”이라고 반발했다.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야당은 특검 도입을 강력 주장했고, 여당은 대선 불복이냐며 강하게 맞붙었다.

결국 6월 7일 문 대통령은 드루킹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에 허익범 변호사를 임명했다. 경찰에 사건을 인계받은 특검팀은 6월 27일부터 공식 수사를 개시했다.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의 자금을 추적하면서 동시에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 3사를 압수수색했다. 7월 10일엔 산채 현장조사를 통해 휴대전화 21대와 유심카드 53개를 확보했다. 경공모 회원들이 지난달에 사무실을 비우면서 쓰레기더미에 버려두고 간 것들이었다. 드루킹 일당은 이 휴대전화와 유심카드를 활용해 댓글 조작 매크로를 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즈음 특검팀은 정의당 고(故) 노회찬 의원에 대한 혐의를 캐고 있었다. 연일 특검발 언론보도를 통해 노 의원에 대한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경공모가 노 의원에게 5000만원의 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은 청렴한 이미지였던 노 의원에게 치명상이었다.

7월 23일 노 의원은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노 의원은 남긴 유서를 통해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면서도 후원절차를 밟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노 의원의 비보에 특검팀 수사는 급제동이 걸렸다. 특검팀이 댓글 여론조작이라는 ‘본류’가 아닌 곁가지 수사에 치중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간신히 전열을 추스른 특검팀은 드루킹 최측근 초뽀·트렐로를 구속하면서 다시 고삐를 죄었다. 드디어 김 지사에게 본격적으로 칼끝이 겨눠졌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경남도청 집무실과 관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드라이브를 시작했고, 8월 6일 김 지사를 소환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결식이 끝난 후 유족들이 영정을 든 채 의원회관 노 의원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결식이 끝난 후 유족들이 영정을 든 채 의원회관 노 의원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7

8월 9일 김 지사를 두 번째 소환한 특검팀은 드루킹과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특검팀의 승부수였지만, 드루킹이 진술을 번복하며 횡설수설하면서 큰 수확은 없었다.

명확한 물증 없이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 의존하던 특검팀으로선 난감한 일이었다. 그리고 8월 18일 법원은 특검팀이 청구한 김 지사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드루킹과 김 지사의 공모관계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수사 동력을 상실한 특검팀은 급격히 흔들렸다. ‘빈손’ 특검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둘리·서유기·솔본아르타·트렐로 등 드루킹 일당을 소환해 킹크랩 시연회를 재연하기도 한 특검팀이지만 한 번 넘어간 국면을 전환하기란 쉽지 않았다. 영장이 기각된 지 나흘이 지난 8월 22일, 결국 특검은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했다. 역대 13번의 특검팀 중 수사기간 연장을 스스로 포기한 첫 번째 사례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장하게 됐다.

특검팀 유일한 수확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규모를 알아낸 정도였다. 드루킹 일당은 2016년 12월경부터 올해 3월경까지 킹크랩을 이용해 3개 포털 뉴스기사 8만 1623개에 달린 댓글 141만 643건에 총 9971만 1788회의 공감·비공감을 부정 클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왔다. 이달 7일 김 지사와 드루킹은 특검 수사 이후 첫 법정 대면에서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1년 내내 이어진 드루킹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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