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아현2구역에서 강제집행을 당한 뒤 한강에 투신한 철거민 고 박준경씨의 모친 박천희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 앞에서 열린 ‘故김용균 범국민추모제’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2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아현2구역에서 강제집행을 당한 뒤 한강에 투신한 철거민 고 박준경씨의 모친 박천희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 앞에서 열린 ‘故김용균 범국민추모제’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2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죽음의 외주화 즉각 중단하라. 비정규직 철폐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사죄하라.”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 앞에서 ‘내가 김용균이다, 고(故) 김용균 범국민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김용균(24)씨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같이 외치며 또다시 청와대로 향했다.

행사에는 고 김씨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물론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시민 등 20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고 김씨에 대한 추모제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 만나 사회적 타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청와대로 행진했다.

앞서 고 김씨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에서 ‘연료환경설비운전’으로 1년 계약직으로 일하다 지난 11일 새벽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연료환경설비운전은 석탄을 저장하거나 이송하고, 미세먼지와 황 같은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탈황(脫黃)설비 관리 등의 과정을 책임지는 직무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아현2구역에서 강제집행을 당한 뒤 한강에 투신한 철거민 고 박준경씨의 모친 박천희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 앞에서 열린 ‘故김용균 범국민추모제’에 참석해 앉아 있다. ⓒ천지일보 2018.12.22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아현2구역에서 강제집행을 당한 뒤 한강에 투신한 철거민 고 박준경씨의 모친 박천희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 앞에서 열린 ‘故김용균 범국민추모제’에 참석해 앉아 있다. ⓒ천지일보 2018.12.22

고 김씨의 죽음과 관련해 박성운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24살 고 김용균씨의 사망은 단순한 산업 재해 사고 아니다. 구조적 살인이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지난 10년간 12명의 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망했다”며 “사람이 죽어 나가는 그런 작업환경 개선하지 않고 유지하다가 결국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지난 30년 전에도 2400여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해 산재 사망 노동자 1957명. 특수노동 비정규직 포함하면 2400명”이라며 “똑같다. 달라진 건 죽는 사람이 비정규직과 이주노동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동자가 집중적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정규직 안전 문제와 관련해 20년째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고 김 열사를 진심으로 애도한다. 하늘나라에서는 정규직으로 살아갈 고 김 열사를 기억하려 한다. 더이상 죽어가는 동료의 모습 보고 싶지않다”며 울먹였다.

고 김씨와 같은 사고는 앞서 계속돼왔다. 지난해 제주 현장실습생 사고로 아들을 잃은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는 “두번 다시 이런 사고가 없기를 바랐고 당시 정치인들이 와서 한결같이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도록 장례식장에서 약속하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영정사진 앞에서 돌아가서 불과 1년도 안 돼서 똑같은 삼다수 사고가 일어났고 또 두달도 안 돼서 태안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비통해 했다.

이 씨는 “(이 같은 계속된 사고는) 관리감독 기관의 문제다. 사고가 발생하면은 유가족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업체를 생각하는 게 관리감독 기관”이라며 꼬집었다. 또 “사고 전 안전점검할 이유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라며 “젊은 청춘들의 목숨으로 기업체들이 주머니에 돈 넣는 게 한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 앞에서 ‘故김용균 범국민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왼쪽)가 참가자를 위로해 주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2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 앞에서 ‘故김용균 범국민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왼쪽)가 참가자를 위로해 주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2

고 김씨는 생전에 안전모와 마스크를 쓰고 작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밝힌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수억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고 김씨는 앞이 안 보이는 막장 같은 작업장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했다”면서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서부발전 사장을 처벌하면 더 이상 제2의 김용균 없는가. 아니다. 어제도 부산 포스코 건설에서 한명이 떨어져 죽었다. 최근 3주간 비정규직 노동자 떨어져 죽고 끼여 죽어왔다. 쓰레기법이 통과된다고 비정규직의 죽음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소에서 용균이와 똑같이 일하는 친구들만 정규직 되면 멈출 수 없다. 제철소에서, 건설현장에서 또 죽어 나갈 것”이라며 “진정한 대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부터 비정규직 없애야 한다.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오후 3시부터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도 고 김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발언이 이어졌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 앞에서 ‘故김용균 범국민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노동가를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2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 앞에서 ‘故김용균 범국민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노동가를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22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태안 발전소에서 사망한 故김용환 청년 노동자의 사망은 대한민국 사회가 만들어낸 타살”이라며 “정부, 정치인들은 책임에 대해서 아직도 아무런 답변도 하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어 “지금 이 시간에도 김용균 청년 노동자가 작업을 하는 곳과 다르지 않는 8개의 벨트가 돌아가고 있다”며 “바로 그 자리에 김용균 노동자의 친구들이 있다. 김용균 노동자가 끼니를 때우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노동자가 그곳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약속을 지키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의 악수를 받으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겠다는 그 약속은 어디있냐”며 비정규노동자와 했던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지금 ‘할 수 있다’ ‘없다’ 말하고 있는 그들도 다 공범”이라며 “비정규직 제로하겠다던 문 대통령은 약속 지키지 않았다. 문 대통령 또한 김용균 동지를 죽게 한 공범”이라고 말했다.

청년전태일과 청년민중당 소속 회원들은 이날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습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화력발전소를 향해 컨베이어벨트 가동 중단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발전소 안으로 진입했다. 이들은 약 2시간에 걸친 연좌 농성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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