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국내 및 국제 환경 속에서도 그나마 마음을 설레게 한 일이 있었다면 일본이 궁내청에 소장 중인 조선왕실의궤를 반환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일제강점기 때 약탈해간 문화재를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치 선심 쓰듯 반환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마음에 썩 내키지는 않는다. 또한 반환이라는 표현보다는 환수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할 것이다.

이번 일본의 ‘의궤 반환’은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올해는 나라를 빼앗긴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일제로부터 주권을 침탈당하면서 우리 민족의 고난은 시작됐다. 찬란했던 조선의 문화, 반만년을 이어왔던 우리 민족의 문화와 예술은 일제에 의해 하나 둘 파괴되고 왜곡되기 시작했다.

기나긴 세월, 오랜 시간을 이어왔던 한민족의 문화가 일제강점기 35년 만에 변질되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면서 우리 곁에서 멀어지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 민족은 절대 나약하거나 미진한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조상 대대로 내려온 찬란했던 문화와 역사를 지켜내지 못하였던가. 어쩌면 우리 민족이 너무 순수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악함이 없었던 민족이기에 잠시 다른 나라의 속국이 되었을지언정 민족 특유의 강인함과 희생정신으로 말미암아 독립할 수 있었고, 광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광복이란 무엇인가. 빛 광(光)에 돌아올 복(復)을 써서 ‘빛이 돌아온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조국의 독립으로 빛을 다시 찾게 된 우리 민족이 이제 진정한 빛을 찾기 위해서는 육적인 광복이 아니라, 영적인 광복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영적인 광복이란 무엇인가. 바로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 등 수많은 전쟁과 난리 속에서 잃어버렸던 우리 민족의 문화를 다시 찾는 것이다. 그것이 곧 우리의 정신과 혼을 되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긴 만큼, 문화가 찬란한 만큼 우리 민족은 오랜 기간에 걸쳐 참으로 많은 문화재를 약탈당하고, 심지어는 역사마저 조작되고 왜곡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바로 오랜 세월에 걸쳐 왜곡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잡고, 외국으로 반출된 약탈문화재를 환수하는 일, 그것이 바로 진정한 광복의 첫걸음이 아닌가 한다.

그 일례로 단군왕검의 역사가 단군신화, 단군설화로 전락된 것도 일제에 의한 역사왜곡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아직도 단군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이 신화로 이야기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러한 이유로 환인과 환웅에 대해 이야기라도 하면 사이비나 이단으로 취급받는 경우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로잡겠다는데 단군, 환웅, 환인 등의 단어만 나와도 색안경 끼고 쳐다보는 현실, 바로 이러한 잘못된 생각부터 고치고,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숙제가 아닌가 한다.

이렇듯 역사를 바로잡아야 그 오랜 역사 속에서 피어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도 있다. 올해가 바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기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쪽의 기운이 동쪽 즉 동방의 작지만 큰 나라, 대한민국으로 몰려온다는 이 말이 비단 우리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세계 유명 석학들도, 그 옛날 타고르도 동방의 하얀 나라,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를 향해 미래를 이끌어갈 나라요, 동방의 등불이라 불렀으니 말이다.

이제 동방의 등불, 대한민국이 세계의 정신문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먼저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해외로 반출된 약탈문화재를 환수하는 일에 더욱 전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본이 발표한 성명에서 조선왕실의궤를 반환하겠다고 한 것은 경술국치 100년이 된 올해 어쩌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결정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번 의궤 반환에 안주하지 말고 이 일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해 바삐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역사와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길만이 진정한 광복의 첩경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외려 이 같은 상황을 안타까워한다는 비극적 현실을 우리 국민들은 깨달았으면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