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작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낼 수 있었나요?”
“그 창작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질문을 해온다. 그들은 마치 내 창작력이 운이 좋아서 생긴 것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창작력에 운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작력은 경험과 공부의 혼합물이라 말할 수 있다. 내가 읽었던 책, 경험했던 사람과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꿈꾸며 살았던 세월들이 뭉쳐 창작력이 된 것이다.
또 사람들은 내게 이런 말도 건넨다.

“너 어제 잘 놀았니?”
“놀긴, 글 썼어.”
“뭐? 글은 무슨, 너 어제 친구들이랑 영화를 보고, 수다 좀 떨다 온다고 했잖아.”
“응, 그래. 그렇지.”
“그런데 글을 썼다니?”

나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지 않는다. 내가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건, 그 전에 미리 생각했던 것을 그저 자판을 이용해 옮겨쓰는 과정일 뿐이다. 영화를 보면서, 거리를 걸으며, 이야기를 하면서, 때론 사색에 빠져 죽은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을 때조차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작정을 하고 앉아서 써내는 사람들은 프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로 살기 위해서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업을 끊임없이 연마해야 한다.

이병철 회장의 위대한 점은 그가 죽는 날까지 자신을 연마했다는 것이다. 그는 부실기업을 만들어내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 의지가 그를 연마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기업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사람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건전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갖 술수와 변칙적인 방법이 만연한 기업 환경에서 그런 그의 생각을 현실에 반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많은 날을 분노와 비애를 느꼈지만 그것에 쓰러지지 않고, 외려 그것들을 내일을 위한 용기로 만들기 위해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그의 강력한 의지가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끊임없이 연마해야 한다는 자신의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다음의 경구들을 기억했다.

“인생은 끝없이 연마하는 것이다.”
“보보시도량(步步是道場),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사람은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니고 한 걸음 한 걸음 사람으로서 길을 연마하고 갈고 닦는 행동을 포기했을 때에 죽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아직 일을 완수했거나 완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을 남긴 채 내 인생이 끝날지도 모른다. 완수하지 못한 일을 나의 유일한 유산으로 후대에 남기고 여백의 삶을 조용히 보낼 수 있다면, 일을 남긴 채 여생을 보낼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여백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보다 더 행복한 인생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의 말대로 인생이란 다듬기 나름일 것이다. ‘이 생각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가 한 사람의 인생을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게 만들 수도 있다.

나 역시 오랜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을 했고, 그 시간이 모여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집필한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나를 끊임없이 연마시킨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길 닿는 곳 모두가 부처님의 도량이라는 말인 보보시도량처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결국 이병철의 말처럼 사람은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강력하게 원하는 목표가 없어지고, 더불어 연마할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비로소 사람은 늙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삼성을 만들고 운영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경영 철학을 이건희에게 이건희는 다시 이부진과 이서현에게 전수했기 때문에 삼성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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