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 한 해는 사회 전반을 뜨겁게 달군 큰 이슈들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어느 때보다 올해는 공정하고 행복한 한국사회로의 변화를 바라던 국민의 열망이 높았다. 그러한 바람과는 달리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슈들이 적지 않아 국민청원의 목소리도 컸다. 본지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올해의 10대 키워드를 선정해 10회에 걸쳐 재조명해본다.

지난 9월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등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9월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등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난민사태 불지핀 예멘인들

‘수용 vs 추방’ 찬반 갈등↑

혐오·포비아·가짜뉴스 확산

‘해법無’ 정부 불신만 키워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과 전쟁이 발발하며 난민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출신의 난민 신청자들로 홍역을 치렀다. 500명이 육박하는 예멘 사람들이 한꺼번에 난민으로 받아줄 것을 신청하자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낯선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혐오 조장, 포비아 현상까지 겹치면서 사회적 핫이슈가 됐다. 여기에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도 사회 혼란을 부추겼다.

예멘은 지난 2015년부터 4년째 수니파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 사이의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내전을 피해 떠나온 이들은 비자 없이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로 도피했다가 기한이 만료되자 무사증(무비자)으로 입국할 수 있는 제주도로 지난 5월 대거 입국했다. 이후 여론을 통해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난민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진보 성향의 종교단체들은 일부 언론들이 불안과 혐오에 편승하거나 불확실한 지식과 불필요한 공포를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예멘인 난민 수용 여부가 사회적 현안으로 급부상하며 찬반집회가 이어졌다. 지난 9월 난민인권센터 등 난민찬성집회 측은 난민에 관한 가짜뉴스와 혐오 분위기가 한국사회에 퍼지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들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난민과 범죄율 증가’와는 어떤 통계적 연관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난민대책국민행동은 난민반대집회를 열고 난민법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예멘을 근거지로 하는 알카에다는 각국이 10대들을 덜 경계하면서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는 것을 이용해 미성년자들을 자살테러특공대로 양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의 커지는 불안을 외면하고 오히려 가짜 난민을 감싸고 있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국민들도 난민 수용 여부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본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6월 29~30일,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대상) 결과,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45.0%)’는 의견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현재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481명 중 지난 9월 1차 심사에서는 23명에게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했다. 10월 17일 2차 심사에선 339명에게 인도적 체류가 허가됐다. 34명은 단순 불인정, 85명은 판단 보류했다. 제주출입국청은 14일 심사 보류했던 예멘 난민신청자 85명에 대한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50명은 인도적 체류허가를, 22명은 단순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11명은 완전히 출국해 심사가 직권종료됐다. 2명은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9월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맞은편 인도에서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9월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맞은편 인도에서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제주 예멘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줄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난민신청자를 ‘가짜난민’이라 지목하고 추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난민대책국민행동은 지난달 말 “국민의 90% 이상이 가짜 난민을 반대하며 즉시 추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단 1명도 추방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난민 추방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해 난민신청자 3만 2833명 중 시리아 1120명, 중국 34명, 파키스탄 29명 등 총 1491명(전체 신청자 중 4.5%)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1년의 체류 기한이 주어진다. 1년이 지나면 법적 보호를 위해 재신청하거나, 난민인정절차를 거치면서 강제송환도 될 수 있어 또 다른 인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세계 난민대책회의에서 난민 등 이주민들의 권리를 담은 ‘유엔이주협정(이주 글로벌콤팩트)’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유엔이주협정 채택은 급증하는 이주자·난민 등 인권을 보호하는 정부 간 협약이다. 이 협약은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체류 조건과 관계없는 이주자 권리의 보호, 노동 시장에 대한 차별 없는 접근 허용 등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난민 수용 및 불법 체류자 대응에 대한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예멘 난민 사태로 불거진 난민 문제가 해를 넘겨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이 일고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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