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목적으로 시리아에 주둔시켜온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19일(현지시간) 전격 발표했다. 지난달까지 미국은 당분간 시리아의 병력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의 철수 결정이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져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출처: 뉴시스)
미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목적으로 시리아에 주둔시켜온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19일(현지시간) 전격 발표했다. 지난달까지 미국은 당분간 시리아의 병력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의 철수 결정이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져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출처: 뉴시스) 

러시아·이란·터키에 유리하나

이스라엘·사우디는 부담커져

트럼프, 참모 만류에도 강행

우군과도 사전 상의 없었다

평소 중동 개입 못마땅해 해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목적으로 시리아에 주둔시켜온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19일(현지시간) 전격 발표하면서 시리아를 둘러싼 지정학 균형의 변화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ISIS에 맞서 우리는 이겼다”며 “역사적인 승리 이후 우리의 위대한 젊은이들을 고향으로 데려올 시간이 됐다”며 시리아군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미군의 시리아 철수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이후 3년여만이다.

이에 현재 터키 국경 근처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해오며 주둔 중인 약 2천명의 미군이 철수될 예정이다.

8년 간의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은 수도권, 남부, 중부 지역을 회복했다.

그러나 터키의 지원을 받은 반군이 점령한 북서부와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장악한 북동부는 시리아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다. 또 동부 국경지대 일부에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점령지가 남아 있다.

미군이 신속하게 철수한다면 시리아 사태에서 갑작스럽게 세력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시리아에서 미국과 각을 세워온 러시아, 이란, 터키에는 기회가 되지만 이란의 경쟁자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을 견제하는 데 부담이 커진다.

지난달까지 미국은 당분간 시리아의 병력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철수 결정이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져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이 내려지기 전 며칠 동안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들이 전면 철수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거듭 설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이란의 시리아 내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고 시리아에서 미국을 도왔던 쿠르드 민병대의 손을 놔버리면 아프가니스탄이나 예멘, 소말리아 등지에서도 민병대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간 미군에 협조해온 쿠르드 민병대 측에도 철수 결정이 발표 당일 오전에야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국가 관계자들도 이에 대한 별다른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해 크게 놀랐다고 CNN에 말했다.

NYT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를 상대로 군사행동에 곧 나서겠다고 경고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 세력 확산을 경계해왔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국제적 분쟁의 개입을 꺼려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미군 철수의 기회로 여겼을 수 있다는 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내건 바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의혹 제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선 분산용’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미군 철수 결정으로 IS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미국안보센터의 니컬러스 헤라스는 “IS가 전장에서 격퇴되기도 전에 이뤄진 이번 철수 결정은 올 연말 IS의 대규모 재기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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