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상반기 영업손실 기업 150개

2014년 154개 넘을 가능성↑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올해 국내 1천대 상장사 가운데 영업손실을 본 기업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1천 대 상장사의 지난 1996년 이후 경영 실적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모두 150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88개보다 70.5% 급증한 것으로 하반기에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올해 전체 영업적자 기업이 155개 이상이 될 경우 1998년(187개)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게 된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 적자기업이 가장 많았던 해는 지난 2014년(154개)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7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적자기업은 각각 108개와 99개였다.

1000대 상장사의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1997년 26조원에서 1998년 14조원으로 급감한 뒤 이후에는 대체로 상승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129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선전으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1000대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공교롭게도 1998년 이후 5년마다 주기적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98년에 총 23조원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전년(5조원 순손실)보다 나빠진 것을 시작으로, 2003년(-16.8%)과 2008년(-42.4%), 2013년(-30.4%) 등 3과 8로 끝나는 해에는 매번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줄었다.

올해는 상반기에 1000대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이 65조 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하면서 이른바 ‘3·8 징크스’를 깰 가능성도 있다.

다만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작년 상반기 51조 2000억원에서 올 상반기에는 48조 6000억원으로 감소하며 전반적으로는 기업의 내실이 악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내년 미국과 중국 간 통상 갈등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반도체 경기 악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적자 기업 수는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기업은 외형(매출)이 커지면서 내실(영업이익)도 갖춰야 투자와 고용 등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면서 “그러나 올해 영업손실을 낸 기업이 늘었고,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순익도 줄어들면서 경기 체감온도는 확연히 떨어지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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