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 한 해는 사회 전반을 뜨겁게 달군 큰 이슈들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어느 때보다 올해는 공정하고 행복한 한국사회로의 변화를 바라던 국민의 열망이 높았다. 그러한 바람과는 달리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슈들이 적지 않아 국민청원의 목소리도 컸다. 본지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올해의 10대 키워드를 선정해 10회에 걸쳐 재조명해본다.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10대 중학생을 추락 직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A군 등 4명이 16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10대 중학생을 추락 직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A군 등 4명이 16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인천중학생추락사·관악산폭행

사건마다 靑국민청원 올라와

소년법 폐지 찬반 논란 여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공동폭행·강제추행 혐의로 구속. 집단폭행·성추행 혐의로 징역형. 상해치사·공동공갈·공동상해 혐의로 검찰 송치. 각기 다른 세 가지 사건이지만, 피의자는 모두 십대였다.

올해 발생한 사건사고 중 십대가 저지른 범죄는 우리사회에 청소년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올라오며 찬반 논란도 이어졌다.

여러 청소년 범죄사건 가운데 최근 발생한 ‘인천 중학생 추락사’는 청소년 집단폭행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지난달 23일 상해치사와 공동공갈, 공동상해 혐의로 A(14)군 등 3명을 비롯해 B(15)양을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했다. 또 1차 집단폭행에 가담한 C(15)양 등 여중생 2명도 공동상해(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송치했다.

A군과 B양 등 남녀 중학생 4명은 지난달 13일 오후 5시 20분쯤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의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D(14)군을 집단 폭행했고,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A군 등은 사건 당일 오전 2시 1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D군에게 찾아갔다. 이후 D군을 인근 공원으로 끌고 가 14만원 상당의 전자담배를 빼앗았다.

D군은 인근 다른 공원에 끌려가 코피를 흘릴 정도로 집단폭행을 당하다가 현장에서 달아나 몸을 숨겼다. D군이 입고 있던 패딩점퍼에 피가 묻은 것을 본 A군 등은 옷을 벗으라고 한 뒤 불로 태우기까지 했다.

이들이 폭행한 이유는 D군이 지난달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 얼굴에 대해 험담을 하고 사건 당일 “너희들과 노는 것보다 게임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D군은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는 말에 10여시간 뒤인 당일 오후 가해자들을 다시 만났고, 아파트 옥상에서 2차 집단폭행을 당하자 견디다 못해 추락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D군을 폭행한 학생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소년법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날이 갈수록 학교폭력이 늘고 있고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를 죽인 것도 모자라 증거를 숨기려고 패딩까지 태웠다”며 “청소년이라는 가면 뒤에서 짐승보다도 못한 짓을 하고 있는 가해자들에게 벌을 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강력처벌 해달라”고 밝혔다.

학교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십대들의 심각한 폭행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6월에 발생한 ‘관악산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에는 무려 10명의 청소년이 폭행에 가담했다. 가해 학생들 중 7명은 공동폭행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되기까지 했다.

구속된 7명을 포함한 10명은 지난달 26∼27일 고교 2학년생인 E양을 관악산과 노래방 등에 끌고 다니면서 때리고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E양을 노래방에서 1차로 폭행하고, 관악산으로 데려가 추가로 합류한 일당과 함께 주먹과 각목 등을 이용해 집단으로 2차 폭행을 가했다. 가해자 중 1명이 14세 미만이어서 처벌받지 않을 것을 우려한 E양의 부모는 피해를 알리며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9월 ‘사상구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에 이어 올해 5월에도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피해 여중생(14)은 가해 학생들에 의해 전포동 소재 한 인근 아파트 공사장 건물 뒤편으로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 1차 폭행 이후 또 다른 가해 학생 등 5명은 피해 여중생을 서면의 한 노래방으로 옮겨 손과 발로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과 소년법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19세 미만인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대개 15년의 유기징역을 받게 된다. 10살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가정법원으로 넘겨져 보호처분만 받게 된다. 범행 기록도 전혀 남지 않는다.

이 같은 소년법에 대한 폐지와 관련해 찬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성인범죄처럼 조직화되는 청소년들의 범죄에 대해 더 이상 솜방망이 처벌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처벌을 통해 청소년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소년법을 폐지하게 되면 교화가 가능한 청소년까지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히게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처벌보다는 교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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