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참사] 사고 원인 두고 시각차… “고3방치” vs “시설안전문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강릉의 한 펜션에서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의식을 잃어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사고의 문제원인과 관련해 고3을 방치한 문제라는 시각과 교육이 아닌 안전문제라는 시각이 상충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19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강릉 펜션사고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수능 이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이 없어 학생들이 방치되는지와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등학생끼리 장기투숙하는 여행이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모든 학생안전 매뉴얼과 규정을 재점검하겠다”며 “아이들 안전과 직결된 사안은 교육청에 권한이 있더라도 교육부가 이를 교육청 일로 생각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조처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수능을 치르고 난 뒤 고3 학생들은 특별한 학사 일정이 없다. 실제로 서울 소재 한 고등학교 교사는 늘 이 문제로 고민해왔다며 “수시성적이 유효한 1학기만 지나면 2학기는 자습이 계속된다. 수능이 끝나면 정시를 준비하던 아이들까지 모두 자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체험학습’을 하도록 하고 있다.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학교의 학생들은 학기 중에 가족 여행이나 역사 유적지 탐방 등을 할 때 개인 체험학습 신청서를 낸다.

부모 동의를 받아 담임교사에게 현장학습 신청서를 내고 학교장이 이를 허락하면 평일에 학교에 나오지 않더라도 출석으로 인정된다. 체험학습 기간은 학교마다 다르다. 서울시교육청은 국외 체험학습의 경우 ‘연속 1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대성고 학생들도 학교에 개별 신청서를 제출하고 강릉으로 체험학습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체험학습을 가도록 한 학교의 고3 교육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안전점검이 부족했던 탓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원인은 여행을 갔던 곳의 시설문제로 이는 학생이 아니라 그 누가 됐던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였다는 주장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주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아이디 ‘ysj1****’은 학교나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선생님, 부모님과 동행했으면 사고가 안 났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전국 펜션 가스 및 기타 설비 점검 먼저 하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아이디 ‘jdr1****’도 “학생 방치가 본질이 아니다. 어른도 같이 갔으면 같이 사고 당했다”며 “전국에 있는 모든 숙박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신도 고3 학생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고3들 수능 치고 그동안 못했던 문화생활하며 친구들과 추억 쌓고 있다”며 “안전관리 점검이 제대로 안 되는 문제를 왜 학생 방치로 몰고 가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체험학습은 부모의 동의가 먼저 있고 그 후 학교 측 승인이 나고 그렇게 체험학습 가는 것”이라며 “체험학습은 학생 방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가 발표한 ‘체험학습 전수조사’와 관련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아이디 ‘wine****’은 “수능 후 학생방치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뭐든지 일원화해서 시간낭비하게 하지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학생들 학교에 무작정 잡아두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며 “수능 후 재도전하려는 학생도 있고 알바하고 싶은 학생도 있고 저마다 필요한 부분들은 제각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에 잡아두려면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효율적인 시간이 되게 해야 한다”며 학생방치 전수조사는 무의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한편 강릉 펜션에서 투숙 중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7명은 지난 18일 사고 발생 이후 이틀째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등에 따르면 이들 중 4명이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