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선감학원사건 특별법 제정 및 피해자 지원대책 마련 토론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1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선감학원사건 특별법 제정 및 피해자 지원대책 마련 토론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17

인권위, 선감학원사건 특별법 제정·피해자 지원대책 마련 토론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들은 어린 시절 납치에 대한 심한 트라우마로 지금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또 선감학원을 나온 후로도 가족과 연이 끊겨 현재 독거노인으로 살아가는 생존자도 상당수에 달합니다. 아직도 현존하는 선감학원 강제수용 피해자들의 지원을 위해 국가폭력 아동피해 특별법 제정이 절실합니다.”

어린나이에 국가에 의해 아무 이유도 모르고 끌려가 오랜 기간 강제노동, 폭력, 굶주림에 시달린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진상규명, 명예회복, 배상과 같은 피해구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제라도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을 호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는 17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공동 주최한 ‘선감학원 사건 특별법 제정과 피해자 지원대책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자행한 폭력을 입은 피해자와 유족들은 아직도 과거의 시간대에 갇혀 고통 받고 있다며 과거 선감학원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특별법 등 구체적인 지원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강제 노역부터 폭행까지… 선감학원은 어떤 곳이었나

일제강점기인 1941년 조선총독부 지시로 안산 선감도에 설립됐던 선감학원은 사회 정화와 교화를 명분으로 부랑아들을 강제로 모아 1982년 초 총 40년 동안 운영된 아동 강제 수용 시설이다.

총 4600여명의 아동들이 복장이 남루하거나 행동이 불량하고 주소를 모른다는 이유로 경찰과 공무원에 의해 선감학원에 수용됐다. 선감학원은 교육시설이라고는 했지만 이는 형식적인 명칭에 불과했고 수용된 아이들은 대부분 강제 노역에 동원됐으며 폭행, 학대, 고문 등을 당했다.

실제 인권위가 발표한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보고서를 보면 당시 선감학원 아동의 41%는 8∼13세로, 이들은 염전, 농사, 축산, 양잠, 석화 양식 등 강제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죽지 않을 정도의 양만으로 식사를 해결했고, 곤충, 뱀, 쥐 등을 잡아먹다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일제강점기 시절인 1942년 안산 선감도에 소년 감화 목적으로 설립된 선감학원에서 강제수용 됐던 아동들의 사례를 담은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보고서’를 21일 공개했다. 선감학원은 해방 이후 1955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강제 수용 시설로 사용된 곳으로 단지 복장이 남루하거나 행동이 불량하고, 주소를 모른다는 이유 등으로 4691명의 아동들이 이곳에 강제 수용됐다.사진은 1942년 선감학원 개원 이후 아동들이 교육받는 모습. (제공: 국가인권위원회)ⓒ천지일보 2018.6.2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일제강점기 시절인 1942년 안산 선감도에 소년 감화 목적으로 설립된 선감학원에서 강제수용 됐던 아동들의 사례를 담은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보고서’를 21일 공개했다. 선감학원은 해방 이후 1955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강제 수용 시설로 사용된 곳으로 단지 복장이 남루하거나 행동이 불량하고, 주소를 모른다는 이유 등으로 4691명의 아동들이 이곳에 강제 수용됐다.사진은 1942년 선감학원 개원 이후 아동들이 교육받는 모습. (제공: 국가인권위원회)ⓒ천지일보 2018.6.22

피해자들은 상습적인 폭행이나 구타로 고통 받다가 시설을 탈출하거나 사망했고, 30년이 넘은 지금도 신체적 장애나 정신적 트라우마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감학원에서 자행된 참혹상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당시 선감학원 부원장의 아들로 잔혹한 현장들을 직접 목격했던 일본인 이하라 히로미쓰가 1989년 참회소설 ‘아! 선감도’를 발표하고 1995년 국내에 번역 출간되면서이다. 

“피해생존자 트라우마 심각… 특별법 제정 시급”

문제는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들이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현재까지도 정신적·신체적 고통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영배 선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에 따르면 피해 생존자 중 다수는 납치에 의한 트라우마로 인해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거나 정신적 피해로 삶을 일찍 마감했다.

또 대다수의 피해생존자들이 현재 60세를 넘는 고령의 나이지만 선감학원 수용으로 가족과 단절돼 혼자 살고 있는 실정이다. 김 회장은 이들에 대한 가족상봉 대책과 노후대책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일영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는 “선감도에 피해생존자들이 모여 살 수 있는 펜션 단지를 조성해달라”며 “평생을 혼자 외롭게 살던 피해자들이 모여 이제라도 스스로 행복하게 살아갈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선감학원사건 특별법 제정 및 피해자 지원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김영배 선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1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선감학원사건 특별법 제정 및 피해자 지원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김영배 선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17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김재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선감학원 피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 지원을 위해선 무엇보다 선감학원사건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법(이하 진화위법)’ 개정안이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가기관의 폭력으로 방치된 선감학원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 은폐된 진상과 국가책임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회복과 그에 따른 국가 차원의 배상을 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인권신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 학술대회 등을 통해 선감학원 사건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가는 작업을 계속 해야 한다”면서 “관련 자료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 보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국가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생존자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부터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시민의 지원과 연대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총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6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총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6

한종선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 모임 대표는 “대다수 시민부터가 피해생존자들을 ‘피해자’ ‘짐승’이라고 낙인찍고 방치한다”며 “피해생존자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시민의 연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소한의 진상규명이 없이 ‘잘못했다’고만 하는 건 말이 안된다”이라며 “국가는 은폐됐던 진실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피해자들이 용서 할 때까지 계속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도 선감학원 진상 규명 권고

인권위도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생존자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지난 14일 국회의장에게 선감학원 사건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선감학원 사건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기도지사에게는 피해생존자 대부분이 고령이고 질병과 경제적 빈곤 등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해,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전이라도 생계나 주거, 의료서비스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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