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재산권이 인간의 삶에 있어서 기초가 되는 하나의 인권으로 등장한 것은 근대 시민사회 이후이다.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은 소유권의 불가침을 선언하면서 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근대 헌법에서 재산권은 하나의 기본권으로 등장하게 됐다. 그런데 19세기는 프랑스 시민혁명이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유럽은 여전히 왕이 통치하는 시대였다. 프랑스 역시 제국과 공화국을 번갈아 경험하면서 본격적인 공화국의 시대는 20세기로 미루어졌다.

근대는 인류사에 있어서 또 다른 변혁의 시대였다. 이는 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19세기 유럽대륙으로 확산됐고, 산업혁명의 여파로 노동자로 불리는 새로운 계급이 등장했다. 생산방법이 증기기관에 의한 기계화가 되면서 노동은 점차 기계로 대체됐고, 노동자의 임금이 낮아지면서 생활수준은 악화됐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구조의 변화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켰다. 19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빈부격차는 커졌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국가문제로 비화됐다.

20세기 초반에 발생했던 제1차 세계대전은 유럽대륙에서 제국과 왕국의 몰락을 가져왔고, 그 결과 1919년 독일에는 소위 바이마르공화국이 탄생했다. 독일 바이마르헌법은 국민의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를 위한 사회국가의 이념을 도입하면서 소유권의 사회적 구속성을 강조했다. 재산권이 비록 개인의 기본권이라 해도 그 행사에 있어서는 사회공동체에 대한 의무 즉, 공동체의 공공복리를 위해 행사돼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독일 바이마르헌법의 재산권에 대한 규제는 20세기 중반에 오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이를 수용해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23조 제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하여 재산권 행사의 공공복리 적합성을 규정하고 있다. 즉 사유재산제에 따라 개인의 재산권은 최대한 보장하지만, 재산권의 행사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행사해서는 안 되고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이 재산권을 보장하는 것은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권 수범자로서 국가의 책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 제23조 제2항의 재산권 행사의 사회적 구속성은 기본권 주체에게 자신의 재산권을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행사해야 할 의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조항은 국가가 개인의 재산권을 제약할 때 공공복리를 고려해서 기본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가는 재산권을 법률로 제한할 때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재산권의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산권의 행사를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사회적 구속을 가하는 것은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기본권인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은 법률로 해야 한다.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해도 필요한 경우에 한하기 때문에, 재산권의 행사를 제한할 때 재산권에 따라 또는 행사의 정도에 따라 제한의 범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헌법 제23조 제2항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에게 공공복리를 위해 일반적인 희생과 이를 참아야 할 수인(修忍)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재산권에서 재산이 갖는 사회적 의미나 기능이 크면, 이에 따라 재산권 행사의 사회적 구속성은 더 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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