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발자국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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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도종환(1953~ )

 

발자국
아, 저 발자국
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나를 지나간 사람이 있었지

 

[시평]

얼마 전 첫눈이 내렸다. 그것도 풍성하게. 사람들의 발자국이 푹푹 빠질 만큼의 눈이 내렸다. 사람들 눈을 밟으며, 아니 눈에 푹푹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을 맞으며 지나고 있다. 사람들이 눈 위에 남겨놓은 발자국을 바라보며, 발자국이란 무엇인가 새삼 생각을 하게 된다.

발자국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그 사람이 남겨놓은 가장 선명한 흔적을 흔히 일컬어 ‘발자국’이라고 한다. 위대한 사람이 남긴 발자국이라든가. 그 사람이 우리가 사는 사회에 남긴 발자국이라든가 하는 말로 ‘발자국’은 제유화(提喩化)된다.

눈이 내려쌓여서, 그 눈을 밟고 눈길을 지나간 사람마냥, 저렇게 푹푹 깊은 발자국을 남겨놓고 지나간 사람, 그 누구에게도 있을 것이다. 푹푹 깊은 발자국을 남긴, 그래서 아직도 문득 떠오르는 그 사람, 그 누구에게도 있을 것 아니겠는가.

그러한 사람, 한 사람쯤 가슴에 남아, 그래서 불현 듯 떠오르는 그런 사람 가슴 어딘가에 있다는 것. 그래서 문득 그 사람 떠오른다는 것. 아직 우리가 살아 있다는 그러한 증거 아니겠는가.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가슴이 아직 따듯하고, 또 따듯해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가슴을 따듯하게 만들어 주는 우리 가슴 어딘가에 숨어 있는 그 사람. 오늘도 밤새 내린 눈 위로 푹푹 깊은 발자국 남기며 우리를 지나고 있구나.

윤석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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