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우리미단 박석린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들고 있다. (제공: 우리미단)

나라 사랑한 쌀혁명가··· 국민건강 지키려 ‘한국형 쌀국수’ 개발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쌀을 먹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강 독립운동의 길입니다.”

(주)우리미단의 박석린(52) 대표는 자신을 ‘쌀혁명가’로 소개했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무너진 한국인의 건강을 쌀 먹기를 통해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박 대표는 “한국인의 건강은 미국의 밀가루와 육류, 중국의 저급한 농수산물, 일본의 식품첨가물 등으로 심각하게 망가져 있다”며 “우리나라가 영토는 독립했을지 모르지만 식문화는 아직까지 식민지배 상태에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100년 전 쌀을 주식으로 하던 식탁을 되살리는 길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라며 쌀 먹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는 쌀 어떻게 활용할까
‘우리나라는 왜 남는 쌀을 헐값으로 기업에게 내주고 소주 값을 낮춰 밥 대신 소주를 국민이 먹게 할까?’

지난 2003년 박 대표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박 대표는 “당시만 해도 쌀을 가공해서 다른 방도로 사용한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쌀 20만 톤을 기업에 넘겨 귀한 쌀이 매년 술 제조용으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쌀 소비에 대한 이 같은 고민은 ‘쌀을 국수로 활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쌀은 남아도는데 오로지 밥용 쌀만을 고집하는 정부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것이다. 박 대표는 먹기 편하고 조리도 간편한 쌀 식품을 개발하면 식량 안보는 물론 국민의 건강과 쌀 소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러한 계기로 쌀 가공식품 분야에 뛰어들게 됐다고 한다.

◆쌀국수의 탄생
그가 지난 2004년 처음 선보인 제품은 ‘떡쌈’이다. 만두피처럼 쌀로 만든 피(皮)였던 것이다. 반응이 좋아 국내 유명 보쌈 전문점인 원할머니 보쌈 체인점 250곳에 납품했다. 춘천막국수 등에서도 주문이 들어와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제법 사업을 확장해 나갈 무렵 또 다른 도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떡쌈을 얇게 자르면 국수가 되겠구나!’ 그의 머리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기존 국수는 밀가루로 만든 제품이거나 소량의 쌀이 함유된 건면 또는 가는 면뿐이어서 다양한 제품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박 대표는 품종도 다양하고 밀가루 면보다 건강에도 좋은 ‘한국형 쌀국수’를 만들게 됐다. 냉면 자장면 잔치국수면 우동면 등을 개발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 100% 쌀로 만든 다양한 쌀국수(왼쪽), 쌀국수가 탄생하기 전 출시된 떡쌈 (제공: 우리미단)

기존 쌀국수는 조리시간이 최소 1분에서 최대 10분 정도 됐지만 한국형 쌀국수는 조리시간을 10~30초 가까이 낮추면서 아침 먹기 바쁜 현대인에게 유용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식감도 밀가루 국수와 비슷하고 밀국수보다 쫄깃쫄깃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손뼉을 쳤다.

하지만 쌀국수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도매업자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면은 제조하기 힘들다는 불신 때문이었다. 업체들은 쌀국수를 물에 풀면 전분이 풀어져 국물 맛이 탁해지고 흐물흐물해 맛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업체를 일일이 만나 설득하고 쌀국수 맛을 보여줬다. 지난 2006년 여름 왕짜장 체인점에 미단식품 쌀국수가 정식으로 납품됐고, 입소문을 타면서 충남 서산의 학교급식에도 쌀국수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 쌀국수로 만든 자장면(왼쪽), 잔치국수에 쓰인 우리미단의 쌀국수 (제공: 우리미단)

“아토피나 소화불량이 있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연락이 가끔 와요. 아직 시중에서 만날 수 없지만 시판될 날만을 기다리는 분의 응원을 들으면 힘이 납니다.”

서울 1개소, 경기 200개소. 울산 30개소, 포항 10개소, 대구 1개소, 예산 3개소, 천안 5개소. 현재 우리미단 쌀국수가 들어가는 전국 지점의 수이다. 최근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100여 개 학교를 선정하고 쌀 자장면을 급식으로 넣을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박 대표는 쌀국수가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도전
정작 쌀국수를 개발 이후에도 포장·보관·유통 등을 개선하기 위한 숙제는 있다. 개발한 기술 정보를 어떻게 지키는가도 중요한 문제다. 박 대표에게는 힘든 길이지만 이를 걷게 하는 소망이 있다. 바로 국수전용 쌀 재배지가 확대·정착되는 것.

그는 쌀 소비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국수 전용벼 고아미·밀양251호 등을 키우고자 농촌진흥청에 대규모 재배단지 또는 쌀가공복합단지를 만들자는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쌀 관세화와 동시에 밀 관세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우리 국민이 쌀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하려고 블로그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소개하는 일도 한다. 건강식으로서 쌀의 의미와 사회, 정치적 관점에서 쌀 활용의 필요성을 일기처럼 네티즌에게 소개한다.

그가 꼭 쌀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내용은 대략 세 가지다. 먼저 ‘식량안보’다.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라야 국민의 생존권이 보장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둘째는 ‘자연보호’ 차원에서다. 논과 밭이 많은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해서 여름에는 푸름을 가을에는 누런 들녘을 볼 수 있는 운치가 있다. 벼는 또 이산화탄소를 절감해 주는 농작물이기도 하다.

셋째는 역시나 ‘건강’이다. 물론 밥이 최고이고 다음이 국수이다. 아침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데 바쁜 현대인들이 밥을 먹기 어려울 경우 그와 비슷한 성분의 쌀국수로 기운을 북돋아 줘야 한다. 아침을 먹으면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적절하게 공급돼 ‘밥심’을 발휘한다. 밥심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셈이다.

“우리 국민이 아침에 쌀을 먹는 문화로 식습관을 바꿔 간다면 정체불명 음식에 식민지 지배를 받고 있던 우리 건강이 진정한 독립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쌀 먹기 운동에 동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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