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수 동국대 교수, 정부·종교·교육기관 동참한 통합관리시스템 갖출 것 요구

▲ 백도수 동국대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유명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의 잇따른 자살 소식은 가족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유명인들의 자살 관련 언론보도 이후 모방자살도 급격히 증가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현재 한국의 자살률이 10만 명당 31.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자살자 수가 11.5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배에 가까운 수치로 심각한 수준이다.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자살자 수도 최근 10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국내 자살자 수가 1만 5413명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하루 평균 42.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다.

10~30대, 60대 이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도 우리에게 충격적이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단체뿐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교계에서도 자살예방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예방교육과 지도에 힘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불교 조계종단 포교원이 주최한 자살예방 관련 세미나에서 패널로 참여한 백도수 동국대(인도철학과) 교수를 만나 자살예방에 대한 방안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자살 방지 위한 법제화 시급
백 교수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국회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자살 관련 법안을 만들어 놓고 예방시스템을 갖추려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입법화는 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종교나 병원, 시민단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국가에서도 시군별로 예방시스템을 갖춘 기구를 별도로 움직이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런 기구들이 운영이 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이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법적인 뒷받침이 돼야하며 자살예방과 함께 자살시도 이후에도 관리가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살에 따른 가족, 주변인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자살예방협회는 “한 사람의 자살이 가족이나 동료, 친구 등 가까운 사람 6명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밝힌 바 있다.

자살은 가까운 사람들의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가져와 자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고 있어 이들에 대한 관심과 정신적 치유노력에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백 교수는 “지난해 자살한 사람의 가족들이 8만여 명이 넘는다. 가족들이 정신적 충격에 의해 2·3차 자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사후예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사후예방 차원에서 언론매체의 보도나 기사를 일정 부분 제한을 둬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매체가 자살에 대해 비중 크게 다루지 않아도 되는데 가족들까지 관련한 내용을 앞다퉈 방송을 하다보니까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며 “유명인들의 자살 이후 두 달 안에 모방자살의 2차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언론에서도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면서 언론매체 스스로의 자살예방을 위한 제도적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 제42차 포교정첵연찬회에서 불교교리적 입장에서 바라본 자살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백도수 교수(오른쪽).

◆가정·학교내 예방 교육 절실
백 교수는 자살예방 선진국 같은 경우 학교와 사회 전체가 동참하는 예방시스템을 갖추어 놓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핀란드에서는 학생이 우울하거나 자살 충동이 느껴지는 경우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자살 예방을 위해 사회기관 모두가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육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다. 

백 교수는 “자살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교육이 필수적”이라며 “초중고 교육에서 일정시간 예방교육이 실시돼야 한다. 또 학교기관만 의지하면 안 되고 가정에서도 부모가 자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성적지상주의의 교육환경이 심각한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부모들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가지고 오면 칭찬하고 기뻐하면서 학생들의 건강이나 자기만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보니 학생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고통스럽게 노력을 해야 한다”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자제력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이 충동적으로 모방자살을 생각하게 되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만다는 것이다. 

◆불교 ‘죽음 부르는 말과 행동’ 금지
백 교수는 “불교 교리(율장)에서는 스스로 죽는 자살뿐만 아니라 남에게 죽음을 찬탄하여 자살하도록 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며 “또한 불살생계를 지켜 중생을 해치는 것을 금하고 자애심을 지니고 모든 생명이 있는 존재들을 유익하게 하며 연민의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국의 에이즈 사원의 예를 들며 “종교계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관심과 예방에 힘써야 한다”며 “또한 행복한 삶의 길을 제시하고 불교적 예방시스템 개발과 교육자 양성, 자살예방 논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의 고해성사, 스님의 차담, 목사의 심방이나 상담의 예를 든 그는 “종교계가 각각의 교리적인 말보다는 실천적인 자비, 사랑을 실행해야 한다”며 “어렵고 힘든 교우들을 이해하고 감싸 안아주고 남보다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마음을 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극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삶의 행복을 제시해주어야 한다”는 뜻을 종교계에 당부했다.

그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우울증을 겪고 있고 주변 환경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예고 없는 자살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라며 “베르테르 효과를 막기 위해서는 매스 미디어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언론보도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재차 피력했다.

백 교수는 “자살률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 높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이 결함들을 찾아내고 고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부는 중앙부처에 자살예방기관(시도기관 포함)을 신설하고 종교계, 교육기관에도 자살예방 교육과 전문기관을 만들어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자살예방 차원의 통합관리시스템을 빠른 시일 내에 갖추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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