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6

“검찰 공소 기각해야” 주장도

檢, “수사 중 기록 넘길 수 없어”

법원, “전체기록 열람·등사 필요”

19일 2차 공판준비기일 갖기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첫 재판에서 “검찰의 전체 증거 기록을 봐야겠다”고 말하며 혐의 언급 자체를 거부했다. 검찰은 수사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을 보여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 증거기록 중 40%만 열람·등사하게 했다”며 “이렇게 해선 실체적 파악이 어렵다. 전체 기록 열람·등사가 허용돼야 (혐의 인정 또는 부인)이 가능하다”고 전체 기록 공개를 촉구했다.

검찰은 “법에 따라 기록 일부를 제한한 것이다. 공판 진행에 지장이 없도록 제공했다”며 “우선 변호인 측이 열람·등사를 해야 공판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임 전 차장 측이)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아서 관련 내용을 많이 알고 있다. 구속영장 심문에서도 많은 의견을 주고받아 사안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으로 검찰은 준비기일을 넉넉히 잡고 쟁점 정리를 병행하면서 공판을 진행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밝혔다.

그러나 임 전 차장 측은 변호인이라면 사소한 증거도 놓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서두르다 방어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며 “전체 기록 (공개) 가능 시점을 밝혀주면 (그에 따라)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재판부가 전체 기록 복사 가능 시점을 질문했으나 검찰은 “가용 가능 인력으로 최대한 하고 있지만, 수사 진행 중이라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을 하지 않았다.

전체 열람·등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오늘은 검찰의 공소요지 진술과 변호인 측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주장 진술을 듣겠다”고 결정했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이 공소의 핵심내용을 설명하고 피고인이 혐의별로 입장을 나타내 향후 원활한 재판을 위해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임 전 차장 측은 이번 사건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의 공소장이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수사기관 심증을 차단해 법관이나 배심원이 예단하지 않도록 하는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정한 재판에 있어 중요하다”며 “하지만 이 사건 공소장에는 제목 등에 검찰 의견서를 광범위하게 나열했다”고 공소 기각과 심리 중단을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은 일체 첨부·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증거능력이 없고 검증되지 않은 증거를 제출해 재판부에 어떤 선입관이나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됐다.

검찰은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이 공정한 재판 실현이긴 하지만, 이와 함께 실체적 진실 발견과 조화돼야 한다”면서 “이 사건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돼 진실 규명이 필요한 재판”이라고 기각 요구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9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6

앞서 검찰은 공무상비밀누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과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과 행사 등 혐의로 임 전 차장을 재판에 넘겼다.

임 전 차장이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를 위한 이익을 꾀하고, 사법행정 비판세력을 탄압하고 반대 성향의 판사를 부당하게 사찰하고,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일제 강용징용 피해자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위 지휘 확인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가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형사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조송, 정운호 게이트 영장심사 등에 개입했다는 혐의다.

지난 2016년 11월 국정농단 배후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구속된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측의 부탁으로 법원행정처가 수백쪽 분량의 ‘VIP 관련 직권남용죄 법리모음’ 문건을 작성해 법리검토를 해주도록 지시했다는 혐의, 변호사단체 부당 사찰 혐의도 있다.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 파악과 평의 내용 유출 ▲‘박근혜 가면’ 처벌 가능성 검토 ▲여야 국회의원 관련 소송 검토 ▲부산 법조 비리 사건 은폐 ▲검찰 수사기밀 유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비판 기사 대필 등 여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 영장정보 유출 ▲국제인권법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 등 탄압 ▲긴급조치 국가배상 인용판결 판사 징계시도 ▲대한변호사협회 등 압박방안 마련 등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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