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에 실린 강제개종 금지 광고 관련해 보도한 185개 매체 중 일부 리스트.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2.8
뉴욕타임즈에 실린 강제개종 금지 광고 관련해 보도한 185개 매체 중 일부 리스트.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2.8

한국서 일어난 강제개종 인권유린에 경악

구지인씨 사망 1주기 앞두고 일제히 보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국내 매체들이 보도를 하지 않아 이슈로 부각되지 않았던 ‘구지인 강제개종 사망사건’이 내년 1월 1주기를 앞두고 해외 매체들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ABC(American Broadcasting Co.)6, CBS(colombia broadcasting syetem)8, FOX(Fox News Channel)34 등 해외 매체 185곳이 최근 뉴욕타임즈에 실린 ‘강제개종 금지’ 광고 내용을 기사화했다고 8일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가 밝혔다.

뉴욕타임즈 지면광고임에도 매체들이 이같은 관심을 보인 이유는 단순 상품광고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 달린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광고에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경악스러운 사건을 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고(故) 구지인(27)씨 사망사건 현장을 취재해 천지일보가 단독보도했다. 사건은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서 발생했다. 구씨는 부모에 의해 질식사를 당했다. 단순 폭행치사로 보였던 이 사건은 숨진 구씨가 생전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한국이단상담소 폐쇄와 강제개종목사 법적 처벌 및 종교차별 금지법 제정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대통령에게 탄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망 배경에 ‘이단상담소 목회자가 연루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 탄원서에 따르면 신천지교인이라고 밝힌 구씨는 2016년 7월 44일간이나 천주교 수도원에 감금된 채 개종을 강요당했다. 가까스로 탈출한 구씨는 개종교육에 또 끌려 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결국 구씨의 두려움은 현실이 됐고, 구씨는 현장을 빠져나가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심각함에도 국내 언론은 이 사건을 ‘종교문제’, ‘가정문제’란 이유로 철저히 외면했다.

ABC(American Broadcasting Co.)6이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강제개종 금지 광고와 관련해 낸 보도. ⓒ천지일보 2018.12.8
ABC(American Broadcasting Co.)6이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강제개종 금지 광고와 관련해 낸 보도. ⓒ천지일보 2018.12.8
FOX(Fox News Channel)34가 보도한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보도 내용. ⓒ천지일보 2018.12.8
FOX(Fox News Channel)34가 보도한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보도 내용. ⓒ천지일보 2018.12.8

천지일보 취재 결과 구씨가 머물렀던 펜션 창문은 못질이 돼 열리지 않았고, ‘가족여행’이었다고 주장한 구씨의 가족은 펜션을 무려 3개월간이나 쓰기로 예약한 상태였다.

문제는 구씨가 강제개종으로 사망한 두 번째 희생자라는 점이다. 지난 2007년 10월에도 개종교육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전 남편이 내리친 둔기에 맞아 뇌함몰로 故김선화씨가 생명을 잃었다.

해외 매체들은 천지일보에 실린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기사를 인용해 구지인씨 사망사건을 알렸다. 특히 ABC6은 강제개종 희생자가 된 구지인씨 사건을 조명하며 한국에서는 이 부당한 사건을 감추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성금이 모여 광고가 진행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CBS8도 구지인 씨 사망 이후 전 세계 15개국 23개 도시에서 강제개종 근절 캠페인과 결의대회가 잇따라 열렸으며 해외 33개국 언론이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FOX34는 “다행히도 국제 언론계가 함께 뭉친 결과 강제개종으로 인한 인권 침해에 대한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강피연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현재 확인된 강제개종 피해자만 137명에 달하는 등 제2, 제3의 ‘구지인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크다.

미 뉴욕타임즈 27일자 광고 내용.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1.29
미 뉴욕타임즈 지난달 27일자 광고 내용.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1.29

시민들은 자발적인 후원으로 강제개종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미국의 유명 일간지를 통해 강제개종의 현황을 알리고 그 근절 대책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광고 후원에 참여한 기진명 한국외국인인권보호법률위원회 광주·전남지부 인권국장은 “뉴욕의 한 시민이 강제개종 사망사건을 접한 후 Go Fund Me 사이트를 통해 모금운동을 시작했고, 저도 동참하게 됐다”며 “구지인 씨 사망 1주기를 앞두고도 강제개종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광고를 통해 한국의 강제개종 실태가 전 세계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즈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전 세계가 종교의 자유 침해에 주목하고 있으며 종교박해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돕기 위한 노력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매체는 “전시국가나 신흥 국가들에서 종교탄압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케이팝(K-Pop)의 고향인 대한민국에서 강제개종에 의한 살인이 발생했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한기총과 강제개종에 대항하는 시위를 도울 것과 구지인 씨와 같은 희생자들의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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