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강사법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221인 중 183인이 찬성했다. 2011년 제정됐지만 시행을 거듭 유보한 끝에 이번에 개정안이 통과됐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조선대에서 일하던 서정민 강사가 교육당국과 대학의 비교육적 처사에 항거하며 목숨을 끊은 지 8년 만이다. 해직 ‘시간강사’ 부부인 김동애, 김영곤씨가 국회 앞에 천막 치고 1인시위하며 항의한 지 11년 만이다. 이들 부부는 강사법이 통과되기까지 무려 4100회가 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했다.   

이번에 통과된 강사법에는 교원신분 인정과 고용보장, 4대 보험, 방학중 임금과 퇴직금 지급 등이 포함돼 있다. ‘고용보장’은 고용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최소 임용 기간 1년 보장, 재임용 심사 3년 보장의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현실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시간강사라고 불린 비정규 교수는 교원신분도 인정되지 않았고 고용도 보장되지 않았다. 고용 계약은 6개월 단위로 이루어졌다. 4대 보험도 지급되지 않았다. 방학 중엔 임금도 지급되지 않았고 퇴직금도 없었다. 아주 오랜 세월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진행됐던 것이다. 

강사가 교원지위를 박탈당한 시기는 1977년 유신정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민화 정책의 일환이었다. 교수는 교원이 되고 강사는 비교원이 됐다. 교수는 고액 연봉을 받고 강사는 저임금 시급에 시달렸다. 파리 목숨 ‘시간 강사’는 지위 및 고용 불안으로 자기검열에 시달리고 비판이 담긴 연구를 할 수 없었다. 학생이 참여하는 자유로운 토론식 수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질문도 할 수 없고 질문을 받지도 않는 주입식 교육은 이제 끝을 보게 됐다. 강의실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대학이 민주주의 산실로 거듭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다. 강사법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강사법이 압도적 다수로 국회를 통과한 것은 민심의 반영이고 대학의 옳지 못한 행태를 바로잡고자 하는 몸짓이다. 시간강사들은 분명 대학에서 수업을 해왔지만 교원지위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극심한 차별을 받아왔다. 후학을 기르는 걸 꿈꾸던 사람들이 느꼈을 자괴감과 모멸감 그리고 좌절감이 얼마나 컸을까.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기쁜 소식도 있다. 다음 학기 개설과목을 축소하고 졸업이수학점을 줄이는 등의 방침을 밝힌 고려대가 강사 구조조정 계획을 유보하는 결정을 했다. 왜 마음을 바꾸었는지 모르지만 다행스런 변화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학교를 함께 일구어온 시간강사의 노동권 보장과 처우 개선을 담고 있는 법률이 제정됐다고 해서 해고의 칼날을 꺼내는 건 반인권적일 뿐만 아니라 비교육적이다.  

시간강사가 교원지위를 인정받고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강사법이 제정된 걸 비용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강사가 교원지위를 갖는 것은 민주주의 적폐를 걷어내는 과정이다. 강사법은 강사를 차별해온 행태를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강사가 교원지위를 가짐으로써 마음 놓고 연구하고 교수할 수 있는 디딤돌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학생들이 교육권과 학습권을 누리고 비판적인 안목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강사법 개정으로 학내 연구역량이 강화되고 학습 환경이 안정되며 학생들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강사들의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강해질 것이다. 어느 누구의 대학이 아닌 모두의 대학으로 변모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강사법 시행으로 재정이 1~2% 증가한다. 감당할 여력이 있는 대학이 꽤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일부 대학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들 대학에는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강사법 시행을 계기로 돈의 논리, 성과의 관점에서 벗어나 대학교육이 정상화되고 교원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소통을 통해 하나가 되는 교육공동체가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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