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고영한 전 대법관(오른쪽)과 박병대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고영한 전 대법관(오른쪽)과 박병대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6

구속심사 마치고 구치소 이동

점심도 거르고 영장심사 임해

구속 결정 자정 넘길 가능성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났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관이 구속되는 선례를 남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6일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구속심사를 마치고 오후 3시 20분쯤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 보다 먼저 심사가 끝났다. 명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구속심사를 마친 그는 오후 2시 5분쯤 구치소로 갔다.

두 전직 대법관은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변호인들이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법관 변호인은 “사실대로 진술했고,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은 “법원은 국민들이 믿고 기대는 최후의 보루이고 대법관은 법원의 상징”이라면서 “전직 대법관 구속으로 국민의 믿음과 희망이 꺾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구속심사는 잠깐의 휴식시간을 포함해 박 전 대법관은 4시간 50분, 고 전 대법관은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다. 점심시간은 따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심사를 통해 두 전직 대법관이 양 전 대법원장과 실무진 사이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 개입 등 헌법을 크게 해치는 범행을 저질렀기에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전해졌다.

반면 박·고 전 대법관 측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며 구속 필요성이 없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를 맡은 임민성·명재권 부장판사는 모든 의견을 종합해 검토 후 사법 70년사 처음으로 대법관을 구속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두 전직 대법관이 받고 있는 혐의가 방대하고, 결정의 무게감을 고려해보면 실제 구속 여부는 자정을 넘겨 결절될 가능성이 크다.

박·고 전 대법관은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을 지휘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하면서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 등 여러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2016년 2월,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2017년 5월 처장으로 재직했다.

이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 ▲헌법재판소 내부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 ▲상고법원 등 사법행정 반대 법관 및 변호사단체 부당 사찰 등 수많은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고의로 늦추는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핵심이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일본 전범기업 측 대리인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정보를 나눈 사실을 파악했다.

고 전 대법관은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고자 수사 정보를 빼내고 영장 재판 가이드라인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덮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3일 두 전직 대법관이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초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심사는 무작위 전산 배당에 따라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가 회피 신청을 냈고, 이를 법원에서 받아들였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2010년 박 전 대법관의 배석판사로서 함께 근무한 바 있다. 또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 당시 박병대·고영한 두 대법관과 함께 대법원에서 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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