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와 그의 손자가 소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원고를 쌓아놓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태백산맥문학관) ⓒ천지일보 2018.12.5
조정래 작가와 그의 손자가 소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원고를 쌓아놓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태백산맥문학관) ⓒ천지일보 2018.12.5

통일 염원 心담아 쓴 태백산맥

육필원고·증여작품 총 144건

우리나라 형상화한 옹석벽화

산자락 파내 설계된 건물

[천지일보 보성=전대웅 기자]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

우리 민족이 겪었던 역사적 수난과 아픔을 소설로 쓴 조정래 작가의 말이다.

조정래 작가는 분단에서 야기된 여러 가지 슬픔과 비극, 구체적인 역사의 진실을 파헤쳐 모든 사람이 제대로 알게 하고 남·북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이 있다. 그는 1943년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나 1948년 여순사건을 순천에서 겪었다. 1974년 첫 작품집인 황토를 현대문학사를 통해 출간하고 1976년 장편소설 대장경 집필, 1977년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등 80여개의 작품을 출간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소설 문학 작품상, 성옥문화상, 동국문화상, 단재문학상, 노신 문학상, 문화 예술상 등을 받는 뛰어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조정래 작가 소설, 태백산맥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시간적 배경은 한반도가 해방과 분단을 동시에 맞아 남한의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4.3 항쟁과 여순사건이 일어난 1948년 10월부터 6.25 전쟁이 끝나고 휴전과 함께 분단이 고착화된 1953년 10월까지다. 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민족분단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작가정신으로 태백산맥은 한국 문학사의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조작가는 태백산맥을 집필하며 말 못 할 고충이 있었다. 1983년부터 태백산맥을 쓰기 시작했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갈 협박을 받은 것이 10년 동안 계속됐고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 작품을 마치고 난 후 1994년 8개의 반공단체가 모여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속칭 빨갱이로 고발당했다. 11년 동안 경찰·검찰 조사를 받고 2005년에 무혐의 처분을 받는 일을 겪었다. 기자가 찾은 태백산맥 문학관 1층엔 이러한 자료들을 전시해 두고 있다.

민족의 매몰시도 현대사의 실종시대라 불리는 역사에 정면으로 부딪쳐 분단문학의 최대 문제작이 된 태백산맥은 1989년에 10권으로 완간돼 350만부가 판매되고 1995년에 새로 출간된 후 500만부가 판매돼 현재 850만이 넘는 독자의 손을 거쳤다. 또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 번역 출간되고 영화와 만화로도 만들어졌다.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북쪽을 바라보게 지어진 태백산맥 문학관. 이곳은 조정래 작가의 증여 작품 등 총 144건, 623점의 전시물품을 보유한 국내의 가장 큰 규모의 작품 전시관이다. (제공;태백산맥문학관) ⓒ천지일보 2018.12.5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북쪽을 바라보게 지어진 태백산맥 문학관. 이곳은 조정래 작가의 증여 작품 등 총 144건, 623점의 전시물품을 보유한 국내의 가장 큰 규모의 작품 전시관이다. (제공;태백산맥문학관) ⓒ천지일보 2018.12.5

◆전시 물품 보유 규모 ‘국내 최대’

조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무대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 북향으로 지어진 태백산맥 문학관이 위치해 있다. 이곳은 작가의 육필원고와 증여 작품 등 총 144건, 623점의 전시 물품을 보유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작품 전시관이다. 소설 태백산맥이 땅속에 묻혀있던 역사의 진실을 세상에 드러낸 주제 의식을 형상화하기 위해 산자락을 파내서 특이하게 설계된 건물로 지어졌다. 제1전시실에는 소설 태백산맥의 탄생 과정과 소설 출간 이후 상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제2전시실에는 작가의 방, 문학 사랑방 등이 마련돼 작가의 삶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문학관 바로 옆으로 소설의 방대한 이야기에 버금가는 길이 81m, 높이 8m의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석으로 백두대간과 지리산, 독도 등 우리 국토를 형상화한 옹석벽화를 만들었다.

신향 문화해설가는 “조작가와 일랑 이종상 한국벽화연구소 소장이 4만여개의 몽돌을 채집해 민족의 염원을 담아 건식공법으로 제작한 옹벽석화”라며 “통일과 자신의 염원을 간절히 바라면 좋은 일이 있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문학관 제1전시실에는 조작가가 소설을 쓰기 전 4년 동안 벌교읍을 돌아다니며 기록한 취재 수첩과 벌교읍 약도, 지리산 약도, 취재하면서 입었던 옷과 지팡이 등이 전시돼 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박현채 정치경제학자와 마을 주민에게 직접 듣고 기록했다고 한다. 실제상황의 객관적 인식과 판단을 위해 취재는 다각도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서남지구 전투경찰대의 자료를 통해 빨치산분포도를 작성하고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과 당시의 정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그 시절의 신문을 구해 취재한 기록물도 볼 수 있다.

또 소설을 집필하면서 주인공들을 적은 기록장과 장별로 정리한 줄거리, 집필누계도가 전시돼 조작가의 열정과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다.

태백산맥 문학관 제2전시실. (제공;태백산맥문학관) ⓒ천지일보 2018.12.5
태백산맥 문학관 제2전시실. (제공;태백산맥문학관) ⓒ천지일보 2018.12.5

제2전시실에는 조정래 작가의 가족사진과 그동안 집필한 책들이 전시돼 있다. 그동안 여러번 출판된 태백산맥과 대장경, 황토, 유형의 땅, 아리랑, 한강 등이 있다. 또 독자들이 소설 태백산맥을 필사한 원고지도 볼 수 있다. 신향 문화해설가는 “지금도 소설 태백산맥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며 “소설을 읽고 문학관을 찾는 관광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방 전후의 치열했던 역사와 민족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소설 태백산맥은 평소 통일의식을 갖지 못하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민족의 역사 속 이야기를 돌아보게 된다. 태백산맥 문학관을 관람하면서 통일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다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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