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갓난아기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픈 갓난아기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동학대 의심신고 5차례 있었지만… 입건 단 한 차례도 없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생후 15개월 여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베이비시터(위탁모) 김모(38)씨가 피해 아동에게 열흘 동안이나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강수산나 부장검사)는 위탁 보육 중이던 아동 3명을 학대하고 그 가운데 1명을 사망하게 한 혐의(아동학대처벌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로 김씨를 지난달 30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고 5일 밝혔다.

김씨는 15개월 된 영아 A를 학대해 사망하게 하고, B(18개월), C(6개월)도 화상을 입히거나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등 심각하게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설사 증세를 보이는 A에게 10월 12일부터 열흘간 하루에 한 끼만 먹였다. 그러면서 수시로 폭행까지 가했다. 하루는 우유 200㎖만 A에게 준 일도 있었다. 잦은 설사로 기저귀 교환과 빨래를 하게 만들었다는 이유였다.

김씨의 폭행으로 A는 올해 10월 21일 오후 4시부터 눈동자가 돌아가고 손발이 뻣뻣해지는 경련 증세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김씨는 영아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이튿날 오후 11시 40분까지 32시간이나 방치했다.

내원 당시 이미 심각한 뇌 손상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던 A는 결국 지난달 10일 숨졌다. 입원 20일 만이었다. 부검을 통해 A가 심각한 광범위 뇌신경 손상(미만성 축삭손상)으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졌다.

왼쪽 뒷머리(후두부) 골절상, (충격을 받아 뇌혈관이 터져 머리 안쪽에 피가 고이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 지주막하출혈(뇌 표면 동맥 손상) 등 치명적인 뇌손상이 발생했다.

검찰은 김씨가 A의 머리를 발로 차는 등 폭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는 올해 8월까지만 해도 체중11.3㎏의 우량아였다. 하지만 김씨의 학대로 체중이 10㎏으로 줄었다.

김씨는 최근 자신이 맡는 아동 수가 늘자 육아 스트레스가 커진 가운데 A의 설사로 어린이집에도 보낼 수 없게 되면서 이 같은 짓을 벌였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였다.

검찰은 김씨가 심한 우울증으로 10여년간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화가 나면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B와 C도 부모들이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했다.

B에겐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아래에 둬 얼굴·목·가슴에 2도 화상을 입혔다. 김씨는 A가 스스로 물을 틀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검증을 통해 B의 팔이 수도꼭지에 닿지 않고, 꼭지를 열고 1분이 지나야 뜨거운 물이 나오는 사실이 드러나자 김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C에겐 입을 막아 숨을 못 쉬게 하고, 욕조 물에 전신을 담그고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 사진을 삭제했으나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김씨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과거 5차례나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조사받기 전까지 한 번도 입건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사망한 A의 부모는 어린이집에 거의 한 달 가까이 등원하지 않았지만, 연락을 받지 못해 이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A와 C는 올해 7월 강서구 화곡동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였던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검찰은 “과거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미취학 아동을 전수조사 했듯, 24시간 종일반 어린이집에서 보육하는 어린이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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