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역 온수관 파열] “수증기 사이로 비명, 지옥 같았다”… 인근상가 ‘영업중단’
[백석역 온수관 파열] “수증기 사이로 비명, 지옥 같았다”… 인근상가 ‘영업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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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백민섭 기자]  지난 4일 오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작업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5
[천지일보=백민섭 기자] 지난 4일 오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작업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5

온수관 폭발, 1명 사망, 25명 화상
인근 상인들, 침수 피해 호소
사고 원인, 27년된 낡은 배관 

[천지일보 일산=임혜지·백민섭 기자] “펑 소리가 나고 물이 솟구치더니 가게 안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왔습니다. 수증기가 도로를 덮었는데 보이진 않고 여기저기서 ‘악’소리 들리고…. 공포스러웠지, 전쟁터가 다름없었습니다.”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열 수송관 파열 사고 복구 현장에서 만난 선일동(72, 남)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지옥에 온 줄 알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5일 오전,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은 온수관 복구 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공사 인력을 비롯해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었다. 복구 현장 일대 배수구에서는 자욱한 연기가 연신 피어올랐다. 사고 현장 500m 반경 도로 곳곳은 움푹 패여 있었고 온통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전날(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가 관리하는 850mm 열 수송관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5명 정도가 화상을 입었다. 숨진 송모(67)씨는 파열 지점 현장을 지나던 중 변을 당했다. 손씨는 결혼을 앞둔 딸, 예비사위와 근처에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물은 도로와 인근 상가까지 퍼졌다. 이 때문에 화상 환자가 속출했다. 사고지점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이모(59) 씨는 “처음엔 안개 때문에 심각한 줄 몰랐다”면서 “한 20대 남성이 매우 고통스러워하면서 편의점에 들어와 젖은 양말을 벗는데 발이 벌겋게 변해있었다. 급하게 발에 생수를 부어 응급처치를 했는데 그때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백민섭 기자] 4일 오후 8시 40분께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져 지나가던 자동차 운전자가 숨지고, 시민들이 화상을 입는 등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자정이 넘도록 수증기가 뿜어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5
[천지일보=백민섭 기자] 4일 오후 8시 40분께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져 지나가던 자동차 운전자가 숨지고, 시민들이 화상을 입는 등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자정이 넘도록 수증기가 뿜어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5

인근 상가들은 침수 피해로 당장 영업이 어렵게 됐다. 현장 인근 음식점 주인 박정혁(39, 남)씨도 바닥에 고인 물을 빼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박씨는 “8시 40분쯤 둔탁한 퍽소리가 나더니 물이 솟구쳤다”며 “처음엔 그냥 물청소 하나보다 싶었는데 갑자기 연기가 들어와서 손님들을 다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가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아 물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며 “그칠 줄 알고 걸레로 수습하려다 옥상으로 대피했다”고 했다. 

그는 “어제 저녁 9시부터 장사를 못하고 있다”며 “오늘도 먼지와 연기 나는 걸 보니 장사를 못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사고 현장을 방문해 지켜보던 시민도 있었다. 백석역 인근에서 거주한다는 최모(61, 여)씨는 “우리 집 근처에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게 믿기지 않아 직접 보러 나왔다”면서 “처참하고 너무 안타깝다. 도대체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던 건지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울러 이 사고로 인해 일산동구 백석동과 마두동 3개 아파트 단지 2861가구에는 열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때문에 인근 시민들은 밤새 추위에 떨어야 하는 고충을 겪었다. 난방은 이날 오전 9시께 재개됐다.  

고양시 재난종합상황실 관계자는 “화상 피해자 대상으로 입원 치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회의를 거쳐 상가 입주민 등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고 원인 중 하나로 27년 된 낡은 배관이 지목되고 있다. 사고가 난 배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가 관리하는 것으로 지난 1991년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난방공사 고양지사 관계자는 “수송관이 노후화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사고가 난 것으로 추측된다”며 “노후화된 배관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전 복구에는 4∼5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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