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자녀의 인성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이 부부 간의 화목이다. 인성이 밝고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들의 가정은 부부 간 금슬이 좋다. 부부 금슬의 제1요소가 가사분담이다. 남편이 육아, 요리 등 가사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은 집은 아이들도 바르게 자랄 확률이 높다. 자녀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평소 아빠가 육아에 참여했던 가정은 아빠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선다. 육아 분담이 되지 않던 가정은 엄마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아빠는 뒤로 빠진다. 전자의 아이는 다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고 후자의 아이는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늘부터 진짜 부부 따로 또 같이 - 한 번쯤 고민해야 할 가족이라는 팀플레이’라는 책에 ‘집안 일=여자의 일일까’라는 주제가 나온다. 대가족이 주를 이뤘던 과거에는 보통 5명 내외의 자식을 돌보기 위해서는 엄마가 집안일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됐다. 아버지는 돈을 벌고 엄마는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것이 각자의 역할로 굳어진 이유다.

지금 시대는 엄마가 집에서 자식만 돌볼 수 없는 맞벌이가 대세인 핵가족 시대가 됐다. 변한 시대에 맞게 생각이 바뀌지 못하고 ‘집안일=여자 일’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가부장적인 남자의 집안은 부부 싸움이 잦을 수밖에 없다. 대가족 시대에 길들여져 있는 남자의 습관과 핵가족 시대 여자의 정신이 부딪쳐 벌어지는 마찰이다. 대가족시대 엄마가 혼자 감당하던 집안일을 맞벌이 시대인 지금의 엄마에게 혼자 감당하라고 하는 건 무리한 요구다.

가사분담은 ‘집안 일=여자의 일’이라는 전제를 버리고 집안일을 나누는 거다. 남편이 돕는 게 아니라 남편이나 아내나 각자 몫의 집안일을 하는 것이다. 아내도 남편에게 “이것 좀 도와줄래?”라며 도움을 청하지 말고 분담을 요청해야 한다. ‘집안 일=우리 일’이라는 생각으로 각자의 실정에 맞게 같이 해야 한다. 가사분담이 잘되는 집은 화목하고 부부의 유대감 또한 크다. 

집안일은 우리 식구가 먹을 음식, 입을 옷, 살 집을 보살피는 것이다. 부부뿐만 아니라 가족인 아이들까지 참여해야 할 일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가사분담을 안 시키다가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집안일인 방청소, 물건정리, 설거지를 안 한다고 화를 내야 소용없다. 어릴 적부터 가사분담을 시키면 아이들도 독립적으로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사람으로 자라 성인이 되어 마음 상할 일이 없다. 설거지나 빨래를 딸의 역할로 한정시키는 것도 삼가야 하고 아들에게도 적절한 집안일을 맡기며 키워야 누군가의 좋은 남편이 된다.

우리나라는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로 엄마의 책임감과 모성애를 강조하며 가사를 전담시킨다. 외국은 집안일에서 각자 역할이 분명하다. 아버지는 크고 무거운 요리, 엄마는 가벼운 요리, 첫째는 그릇 세팅, 둘째는 동생 씻기기, 셋째는 청소나 설거지 등 모든 식구가 집안일을 나눠해 가사분담의 갈등이 없다. 누가 혼자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없다.

부부는 30년 넘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 만났으니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편하다. 서로의 영역과 공간을 인정하며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고 나누려고 해야 한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은 오래가지 못한다. 산술적으로 집안일을 절반씩 나눠야 한다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상황에 맞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가끔은 업무 때문에 피곤해 하는 배우자를 위해 혼자서 집안일을 감당하는 배려도 필요하다.

필자는 50대 후반임에도 집안일을 많이 하는 편에 속한다. 아내가 일찍 출근하니 내가 아침 준비하고, 사과 깎고, 커피를 내리고, 주스를 갈아 대령한 후 설거지까지 한다. 저녁에도 내가 집에 있으면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을 차려 놓는다. 낮에 세탁기도 돌리고 빨래 걷어 개기도 한다. 내가 잘 못하는 청소는 아내가 한다. 휴일에는 평일에 살림을 안 했던 아내가 살림을 많이 한다. 어느 정도 적절히 가사 분담이 이뤄져 서로가 불만이 없다.

천년만년 사랑을 맹세하며 별도 달도 다 따줄 거 같던 부부가 세상 둘도 없는 원수가 되는 건 한순간이다. 회사 일만큼 집안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그 행복이 유지된다. 은퇴 후 집에서 손 하나 까딱 안하며 삼식이 소리 듣지 말고 아내가 밥을 차리면 수저를 식탁에 놓고, 내가 먹은 그릇은 싱크대에 갖다 두고, 빨래를 빨래 바구니에 넣는 건 최소한의 가사분담이며 도리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