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손견이 공을 세울 것을 시기한 제북상 포신은 자신의 아우 포충에게 군사 3천을 주어 화웅을 공격했으나 포충은 죽고 말았다. 손견은 아장 정보가 화웅의 장수 호진을 창으로 찔러 죽이자 군사를 휘몰아 사수관을 공격했다. 소나기처럼 퍼붓는 화살과 돌덩이에 역부족을 느낀 손견은 잠시 물러나 원술에게 군량미 수송을 재촉했다. 원술의 부하 하나가 원술에게 고했다.

“손견은 강동의 맹호올시다. 만약 낙양을 격파해 동탁을 죽인 후에는 손견이 대신 동탁의 노릇을 할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승냥이를 없앤 뒤에 다시 범을 만나게 되는 격이 될 것입니다. 장군께서 군량미를 주지 아니하시면 손견의 군사는 저절로 패할 것이요, 패한 뒤에는 아무리 낙양에 들어간다 한들 권력을 잡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군량을 아니 주는 것이 야수를 미리 제거하는 방법의 하나라 생각합니다.”   

원술은 부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 손견에게 군량미를 내어 주지 않았다. 손견의 진영에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일체의 군량미가 오지 않자 군사들은 끼니를 굶게 되니 군기가 저절로 해이하고 어지럽게 됐다. 

염탐꾼들은 이 사실을 급히 화웅의 진영에 보고했다. 화웅의 아장 이숙이 의견을 내었다. “오늘 밤에 나는 일지 군마를 거느리고 샛길로 나가서 손견의 후미를 기습할 테니 장군께서는 손견의 선머리를 공격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손견을 산 채로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화웅은 이숙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는 영을 내려 군사들을 배불리 먹인 뒤에 한밤중에 군사를 거느려 관문 밖으로 나왔다. 달은 밝고 바람은 맑았다. 

이숙의 야습 군사들이 손견의 후진에 당도했을 때는 벌써 한밤중이었다. 이숙의 군사들은 별안간 북을 치며 고함을 질러 앞으로 돌격하니 손견은 비로소 동탁의 군사가 야습을 하러 온 줄 알았다. 그는 황망히 갑옷투구를 갈아입고 전투태세를 취하자 동탁의 장군 화웅이 먼저 앞을 가로막았다.   

손견과 화웅이 말을 타고 창을 들어 서로 겨누어 싸울 때 화웅의 아장 이숙은 군사를 휘동해 손견의 진영 뒤에 불을 질렀다. 타오르는 불길이 달빛보다 밝았다. 손견의 군사들은 어지럽게 죽음을 피하여 달아나고 모든 장수들은 혼전을 하고 있을 때 조무는 손견이 위급함에 빠진 것을 알았다. 조무는 급히 적진을 뚫고 손견을 구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손견과 칼을 겨누었던 화웅은 큰 소리로 손견을 꾸짖으며 뒤를 쫓았다. “손견은 비겁하게 달아나지 말고 내 칼을 받아라!” 

손견은 쫓아오는 화웅을 향해 활을 쏘았다. 그러나 화웅은 번번이 몸을 피해 살을 맞지 않았다. 손견은 당황했다. 다시 활을 잡아 당겼을 때였다. 활에 힘을 너무 많이 주었다. 화궁은 강한 소리를 내며 부러져 버렸다. 손견은 정신이 아찔했다. 부러진 화궁을 내린 채 말을 채찍해 내달아나 버렸다. 손견을 구해낸 조무가 뒤에 따라 오면서 소리를 쳤다. “장군께서는 머리에 쓰신 붉은 수건을 속히 내리십시오. 적의 목표가 됩니다. 소장의 투구와 바꾸어 쓰십시오.”

손견은 조무의 말대로 얼른 붉은 수건을 벗어서 조무한테 넘기고 그가 벗어 주는 투구로 바꾸어 쓴 후에 지름길을 취해 말을 달렸다. 화웅의 군사들은 머리의 붉은 수건만 보며 뒤를 쫓았다. 그 틈에 손견은 멀리 달아나서 겨우 살아나게 됐다.

조무가 손견의 붉은 수건을 바꾸어 쓰고 달아나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화웅은 그를 뒤쫓기에 여염이 없었다. 조무는 화웅의 추격이 급하니 잠깐 몸을 숨길 것을 궁리했다. 마침 길옆에 무성한 숲이 있고 숲 앞에는 전쟁 통에 타버린 민가가 있는데 빈터에는 타다 남은 기둥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조무는 얼른 붉은 수건을 벗어서 타다 남은 기둥에 걸어 놓고 슬며시 몸을 피해 숲속으로 몸을 숨겨 버렸다. 

화웅의 군사들은 달빛이 은은히 비치는 빈터를 멀리서 바라보니 손견이 붉은 수건을 쓰고 우뚝 서 있는 것이었다. 화웅의 군사들은 사방으로 에워싸면서 감히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일시에 활을 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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