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소송·고발이 많이 제기된 지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는 엄기호 목사와 김노아 목사가 최종 선거전을 치러 엄 목사가 당선됐다.  엄기호(왼쪽) 목사와 김노아 목사가 지난 2월 27일 열린 속회에서 총대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김노아 목사가 엄기호 목사에게 보낸 문자. 당시 두 목사 사이에는 밀약이 있었던 것으로 폭로됐다. ⓒ천지일보 2018.12.4
‘소송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소송·고발이 많이 제기된 지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는 엄기호 목사와 김노아 목사가 최종 선거전을 치러 엄 목사가 당선됐다. 엄기호(왼쪽) 목사와 김노아 목사가 지난 2월 27일 열린 속회에서 총대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김노아 목사가 엄기호 목사에게 보낸 문자. 당시 두 목사 사이에는 밀약이 있었던 것으로 폭로됐다. ⓒ천지일보 2018.12.4

검찰 “무혐의”에 ‘화색’ 잠시

‘회원 보류’ 결의 비수 맞은

김노아, 지난 선거 ‘밀약’ 폭로

대표회장 선거전 물밑 작업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각종 논란으로 해마다 진흙탕 싸움이 돼왔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내달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내부 기류가 심상찮다.

지난해 대표회장 선거 과정에서 밀약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벌써부터 내부 파열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예장성서총회 총회장 김노아 목사에 대한 견제와 현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측 인사들의 차기 대표회장 재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기싸움이 팽팽하다.

천지일보가 한기총 관련 한 인사로부터 입수한 문자메시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엄기호 목사와 예장성서총회 총회장 김노아 목사 간에는 모종의 밀약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노아 목사가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해당 문자메시지에서는 ‘존경하는 엄기호 목사님 죄송합니다. 3시까지 엄 목사님 전화 기다리다가 3시에 후보자 등록 신청하러 보냈습니다. 이해하여 주실 줄로 믿습니다. 좋은 일로 만나뵙기 바랍니다. 김노아 드림’이라는 내용이 기록됐다. 이 메시지는 올해 1월 12일 오후 3시 34분경 발송된 것으로 보인다.

이 인사는 “엄기호 목사가 3시까지 등록하고 연락주면 김노아 목사가 엄기호 목사 후보를 도와주기로 했다”며 “엄기호 목사가 마지막 등록일 3시까지 등록하지 않으면 김 목사가 출마하고 엄기호 목사고 도와주기로 했기 때문에 김 목사가 엄 목사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엄 목사가 후보 등록비 1억 5000만원을 마련해 오후 3시 이전에 먼저 등록하면 김노아 목사가 엄 목사를 돕고, 그렇지 않으면 엄 목사가 김 목사를 돕기로 약속했다는 주장이다.

엄 목사는 지난해 12월 김 목사의 대표회장 출마 의사를 전해들은 후 돌연 공동회장에 임명하는 등 앞서 견제 움직임을 보였다는 해석도 있다.

결국 올 1월 치러진 선거는 엄기호‧김노아‧전광훈 등 세 목사의 후보 등록 논란 끝에 최종적으로 엄 목사가 당선됐다.

문제는 내년 1월 선거다. 한기총 내에서는 엄 목사가 차기 대표회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엄 목사가 차기 대표회장에 재출마하기 위해 정관변경을 위한 인사 선임에 돌입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리고 올해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김노아 목사 측도 다시 후보로 등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6월 엄기호 목사와 질서위원회 위원장 김희선 장로는 김노아 목사를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건으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최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김 목사의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 출마를 놓고 발목을 잡았던 고발이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돼 짐을 덜었다. 엄기호 목사와 김 장로는 지난 6월 8일 김노아 목사의 학력과 신학교 졸업장 등에 문제를 삼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김 목사 측도 김 장로를 같은 달 27일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무고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해 검찰 송치 중이다.

검찰 무혐의 처분에 엄 목사 측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이번엔 다른 수를 내놓았다. 최근 열린 임원회에서 김 목사에 대한 한기총 가입 보류가 결의됐다.

한기총 징계소위원회는 김 목사가 한기총 가입 당시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문제를 거론하며 이단사비이대책위원회 검증이 끝날 때까지 가입을 보류하기로 결의했다. 임원회 결의가 실행위원회를 통과하면 사실상 김 목사의 차기 대표회장 출마 자격은 사라진다.

이에 김 목사 측도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원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하고 맞수에 돌입했다. 김 목사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오는 6일 한기총 앞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김노아 목사의 개명 전 이름은 김풍일이다. 그가 김풍일로 활동할 당시인 지난 2009년 예장통합은 교리 등을 문제 삼아 김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4년 후인 2013년 김 목사는 이름과 소속 교단, 교회 명칭까지 모두 바꾸고 한기총 가입을 꾀했다. 그는 예장성경총회 새빛등대중앙교회 김풍일 목사에서 예장성서총회 세광중앙교회 김노아 목사로 탈 변신했다. 당시 한기총은 다락방 류광수 목사 이단 해제 문제로 혼돈을 겪고 있던 시기였고, 그 혼란을 틈타 김 목사가 속한 성서총회가 한기총 소속 회원 교단으로 가입한 것이다. 이름과 교단 등은 바꿨지만 그의 교리는 변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교계언론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면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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