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부가 꽃가마를 타고 내려와 식장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어려운 여건 때문에 그동안 결혼식을 못 올리고 살아온 부부들의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결혼식은 성균관 의전에 따른 전통 예법 그대로다. 신랑은 조선시대 정6품 당산관 관복을 입고, 신부는 궁에서 입을 수 있는 세자비례복을 입고 신분 상승의 기분을 만끽했다.

합동결혼식은 23일 대전시 동구 판암동에 위치한 전통혼례식장에서 열렸다. 혼인 신고 후 계속 살기는 했지만 생활 사정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 4쌍이 이날 주인공이 됐다.

장소는 전통혼례식을 전문으로 치러주는 쌍청웨딩홀이었다. 이 장소는 본디 은진 송씨의 문중회관으로 전통혼례를 장려하고, 회관을 운영을 원활하게 하고자 예식장으로 꾸며진 곳이다. 결혼식 주례도 성균관에서 교육을 받은 집사가 직접 나서서 진행했다.

결혼식은 전통방식대로 4단계에 거쳐 경건하고 정갈하게 치러졌다. 축하객들은 주례를 서는 집사가 결혼식에 쓰이는 재료들에 담긴 뜻을 설명하는 내용을 들으며 결혼식의 또 다른 묘미를 즐겼다.

이날 신랑 신부는 관복을 입고 귀족 신분을 맛봤다. 이는 숙종 때부터 결혼식에서만큼은 서민들도 관복을 입을 수 있게 해준 데서 유래한 것이다.

9년 동안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시각장애인 임은주(47, 대전시 동구 판암동, 여) 씨는 “얼떨떨하고 기분이 좋다. 결혼식을 이렇게 올리니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쌍청웨딩홀(은진 송씨 문중회관) 강성권 집사는 “요즘 결혼식을 가면 다들 부조만하고 갈 뿐이지 신랑신부의 예식에 초점이 맞춰지질 않는다. 전통 혼례에서는 놓아지는 물건 하나하나가 다 의미를 갖고 있어 마음으로 이를 알고 축하하면 의미가 더 깊다”고 전했다.

▲ 전통혼례를 치른 4쌍의 부부가 상견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음양 오행에서 음으로 신부를 뜻하는 청실과 양으로 신랑을 뜻하는 홍실을 서로 엮어 신랑 신부의 백년해로와 좋은 금슬을 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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