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 (출처: 천지일보DB)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 (출처: 천지일보DB)

두 대법관 혐의 완강히 부인

檢, 법원행정처 압수수색 등

관련 정황 조사 계속 이어가

“반복 막기위해 반드시 필요”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윗선’으로 의심받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법관에 대한 영장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3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고 전 대법관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법조계에선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두 전직 대법관의 관여 정도와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 등을 볼 때 검찰이 이번 주 안에 영장을 청구할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농단 사건은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로 인한 지시·감독에 따른 범죄”라며 “두 전직 대법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한 분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기에 임 전 차장 이상의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게 이 사건 전모를 밝히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전직 대법관은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을 지휘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하면서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 등 여러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2016년 2월,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2017년 5월 처장으로 재직했다.

고 전 대법관은 지난달 23일부터 24일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선 지난달 19일 처음 공개 소환 후 20일 22일 25일 연속 검찰 대면 조사가 진행됐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정당한 업무였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처리한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대법관 역시 일부 사실 관계만 인정할 뿐 전반적인 혐의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방대한 사법농단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시각이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고의로 늦추는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전임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지난 2014년 김기춘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소인수 회의’에 참석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덮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문모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스폰서인 건설업자 정모씨의 재판 관련 정보를 유출했고, 이를 확인한 법원행정처가 감사나 징계 관련 조치 없이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이다.

이를 위해 고 전 대법관이 당시 윤인태 부산고법원장에게 직접 연락해 변론을 재개하고 선고기일을 미루도록 요청했고, 윤 원장은 담당 재판장에게 내용을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이 파악한 결과다.

이들은 이외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 ▲상고법원 등 사법행정 반대 법관 및 변호사단체 부당 사찰 등 수많은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혐의 역시 이번 구속영장에 담겼다. 앞서 검찰은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치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를 확보했다.

해당 문건엔 음주운전을 한 법관, 법정 내 폭언을 한 법관 등 비위나 실제 문제 있는 판사들 말고도 당시 사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판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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