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8.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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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위상’ 동반 추락한 한기총

1000만→9만 설립 30년만 몰락

분열에 ‘자중지란’ 결국 소멸되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자중지란으로 붕괴 직전에 놓였다. 이미 군소교단 연합체로 전락한 한기총이 최근에는 그나마 한기총 교세의 주축을 담당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목사에게 탈퇴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한기총 징계소위원회는 최근 열린 임원회에서 증경 총회장인 이영훈 목사에 대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탈퇴하지 않을시 개인 자격정지 및 교단 행정보류 징계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탈퇴 요구 시한은 지난달 30까지였다. 그러나 이영훈 목사는 한교총 탈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현재 이 목사에 대한 한기총의 공식적인 징계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한기총은 이 목사가 기독교하나님의성회 교단 명의로 한기총이 아닌 주요 교단연합기구인 한교총에 가입해 있고, 공동 대표회장직을 맡고 있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또 한기총은 이날 열린 임원회에서 한기총 역대 증경 대표회장들의 재정 비리 문제를 거론하며 이 목사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한기총이 이번에 이영훈 목사를 내친다면 한국교회 내 한기총의 영향력은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은 분열 이후 약해진 교세뿐 아니라 금권선거와 이단논란, 목회자 비리 등 각종 오명으로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놓고 냉소적인 시각이 짙었다.

특히나 한기총의 교세를 살펴보면 사실상 소멸 수순을 밟고 있다. 한기총은 1989년 대형교단을 중심으로 창립한 이후 20년 남짓 보수 정치권과 합세해 한국교회 대표를 자처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회원교단이 고작 10개에 불과했던 NCCK와는 달리 한기총은 2012년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전 한교연)이 분리되기 이전까지 한국교회 양대 대형교단인 예장합동·통합을 포함해 67개 회원교단을 거느리는 등 매머드급 교세를 형성했다. 한기총이 교계 내외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막강한 권력은 독이 됐다. 한기총 내에서의 교권다툼으로 인한 금권선거, 부정부패, 이단해제 등 문제가 불거진 것. 예장통합 등 주요 대형교단들은 한교연(현 한기연)을 세워 따로 떨어져나갔다. 이 때문에 한기총은 25개 교단을 잃었다.

한교연이 분리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기총 주요 교단의 교인은 1000만명(교단 자체 보고 기준)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교연 분리 이후에는 500만명대를 유지했다. 당시 한교연에 속한 교회수는 한기총보다 1.3배, 분담금은 1.2배 정도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2014년에는 예장고신이 탈퇴를 했고, 교인 300만명이 속한 예장합동이 탈퇴를 했다가 한기총에 복귀하지 않고 행정보류 상태가 돼 결국 약 189만명만 남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이번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를 내침으로 기하성 교단이 빠져나간다면 사실상 한기총은 해체 수준이다.

기하성은 최근 여의도순복음총회와 서대문총회가 통합하면서 자체 집계 교세가 180만으로 늘었다. 이 자체 집계 통계가 사실이라면 단순 숫자상 계산으로 따져봐도 기하성이 탈퇴한다면 한기총의 교세는 겨우 9만이 남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기독교한국침례회가 다시 한기총으로 복귀하기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교세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실상 한국교회 교세 통계는 신뢰할만한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각 교단이 발표한 교인수와 통계청이 발표한 개신교인 숫자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소속 교인이 1200만이라고 집회 때마다 표현하고 있지만, 2005년 통계청이 발표한 개신교인 수는 860만명으로 차이가 무려 340만명이나 됐다. 또 개신교 교단이 170개가 넘고, 이 중 63개 교단이 가입했었던 점을 감안하면 2005년 당시 한기총에 속한 교인은 약 500만 정도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한기총은 회원교단으로 77개 교단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 중 8개 교단은 행정보류나 회원권이 제한된 교단이다. 이 교단들을 제외한 61개 교단 중 현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가 소속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총회와 최근 복귀를 희망한 기독교한국침례회를 제외한 나머지는 군소교단에 불과하다.

한기총은 교세 하락뿐 아니라 내홍도 심각하다. 현 대표회장인 엄기호 목사 진영과 세 번 대표회장에 출마했다가 번번이 좌절된 김노아 목사 진영, 한기총 내부 고발 진영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선출되는 차기 대표회장을 놓고 현 대표회장인 엄 목사와 견제 세력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한기총이 내부 비리와 대립 심화로 몰락해가고 있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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