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탈(脫)종교화 현상이 세계적 추세라고도 한다. 유럽, 특히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종교적 신앙 없이도 자신의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 교수가 1년여 덴마크와 스웨덴에 거주하면서 그 나라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 조사하고 인터뷰한 결과를 담아 ‘신 없는 사회(Society Without God)’ ‘더 이상 신앙은 필요 없다(Faith No More)’라는 책자를 발간했는데, 그 내용은 사람들이 비종교적인 분위기 속, 무종교에서도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근원적 기독교 신앙심이 약한 스칸디나비아 반도 거주인들의 입장이라 유럽 전체 또는 지구촌 사람들의 종교적 신앙심이 다 그렇다고는 단정할 수 없겠지만 현대사회에서 종교의 일면을 판단, 예측해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이다. 주커먼 교수의 실제 체험과 학습효과에 따르면 유럽에서 신을 찬양하며 생활했던 종교인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탈종교화하여 신앙 없이도 일상생활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진단을 통해 내놓았던 것이다. 

사실 인간사회에서는 과학문명의 발달로 생활 이기물(利器物)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편리한 삶을 살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여러 가지 현상에 변화를 가져왔던바 종교의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 들어와 불변을 변화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종교와 관련된 수많은 담론들이 인터넷상에서 제기돼 의문시되면서, 또 종교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던 과거와는 달리 개인 각자가 경제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취업 전선에 나서면서 종교활동의 시간이 짧아진 것도 탈종교화 경향 내지 무종교인들이 늘어나게 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유럽 21개국의 16~29세 사이 젊은이를 대상으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2개국에서 50% 이상의 응답자가 무종교인이라는 대답이 나왔는데, 그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던 국가는 스웨덴(75%), 체코(91%)로 나타났다. 또 전통적으로 기독교 신앙심이 깊었던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도 탈종교, 무종교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바, 주커먼 교수의 저서 ‘종교 없는 삶’ 내용을 빌리면 1950년대 미국인 가운데 종교가 없는 사람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0년에는 8%로 늘어났고 2013년에는 19%로 조사됐으며, 최근에는 30%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이러한 무종교 확산 현상은 종교에 귀의해 신앙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자신의 좋은 삶,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외국에서 나타난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무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하는바, 지난 2015년 통계청의 ‘종교 분포조사’에 따르면 종교가 없는 국민은 56.1%인 것으로 나타나 10년 전 조사된 47.1%에서 9%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다. 이러한 무종교인 증가와 탈종교화 현상의 중심에는 현대 과학문명시대에서 굳이 종교행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과 우리나라의 종교 지도자 중 일부가 도덕적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점도 비종교인의 증가 추세에 작용했음을 부인할 바 없다.  

종교는 인간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개인 저마다의 신앙심은 널리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한마디로 종교는 우리 사회를 정의롭게 또 따뜻하게 만들며 건강하게 지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무종교, 탈종교가 만연된다고 하더라도 종교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제공해주고, 인간이 고뇌에 직면했을 때 위안을 주며, 오랜 신앙의 전통을 통해 삶의 지혜를 알려준다. 그러니 신앙을 수행하고 있는 종교인들의 자세와 행동을 무종교인들과 비교할 수없는 것이다.

그런 맥락을 견지하면서 최근의 천지일보의 종교 기사를 음미해본다. 천지일보는 전국 종합일간지로서 정치, 경제, 사회 등 시사 전반을 다루면서 종교면과 문화면이 특화된 특색을 갖춘 신문이다. 필자는 불교도로서 천지일보가 종교면을 통해 여러 개 종교적 담론을 싣고 제기하는 과정에서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어느 특정 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있음에 예의주시해왔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기사 내용에 편견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기독교 관련 내용에서 악의적으로 특정 교파를 비판·호도한 교파에 대해 객관적 자료로 정리한 사실성, 공정성에 관심을 가진다. 그 지적처럼 종교지도자들의 일탈과 거짓뉴스를 양산해오면서 같은 기독 정신의 계파를 헐뜯는 일을 반복하는 저의에 대해 의심스러워한다.  

주변에서 자주 들리는 ‘종교가 현재 빈사 상태’라는 말은 탈종교, 무종교인이 증가되는 현실에서 종교인에게 자각을 일깨우는 금언이다. 타종교를 존경하고 같은 종교라도 타 계파를 비방하지 않아야 하건만, 필자가 경험한 일 중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기독교 기성교단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교인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비방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신문기사에서 읽은 것처럼 신천지의 최근 급성장 기세에 눌린 장로교 일부 계파가 보이는 호도 목적의 찍어 누르기 ‘신천지 죽이기’라고 한다면 더욱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