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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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이 세상에 신비로운 동물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정말 신비로운 것들은 사실 영화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잔뜩 기대를 품은 채 영화를 관람했다. 신기한 동물들이 많아서 갖는 기대 때문이었는지 이야기의 흐름을 잃게 하는 요소들이 혼재됐다는 느낌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놓치기 일쑤였다. 

신비한 동물들의 단순 나열이 나았을지도 모를 뻔한 이야기가 반복되며 지루함이 급증했다. 마찬가지로 좋은 건축물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가 실제로 방문해보는 견학 프로그램을 아쉬워했던 적은 없을까? 좋은 건축물을 너무 많이 보고나면 우리가 사는 동네가 다소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된 건축물이 많은 거리에서는 질서를 발견하고 그 동네가 불러일으키는 향수를 느낀다. 그런 점이 마을을 아름답게 느끼게 한다. 

집을 지을 때도 너무 좋은 요소만 담아내려 생각을 쌓다보면 오히려 정리가 힘든 때가 있다. 그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봤던 요소들을 합쳐놓으면 혼란스러워 판단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건축은 이미 알려진 재료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작업이다. 때문에 특별한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혼돈을 주는 작업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비한 동물들이 질서 없이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단순한 나열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신비한 동물들 중 다른 동물들은 크게 뇌리에 남지 않았지만 조우우(ZOUWU)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판단은 인간의 눈높이에서 하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것들을 처리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가장 인상적인 하나만을 오래 기억하려고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험상궂게 생긴 잘난 동물 조우우를 보고 있으면 건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장점들만을 건축에 요구해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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