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영국의 유명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용산 신사옥은 ‘소통·연결’이란 핵심 키워드를 갖고 설계된 만큼 1~3층, 지하 1층이 외부인에게도 개방돼 있다. 건물 사방은 유리로 돼 있고 그 유리 위에 ‘나무 발’과 같은 역할을 하는 ‘핀’을 설치해 직사광선은 막아주면서 내부로 자연 채광을 가능하게 했다. ⓒ천지일보 2018.11.30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영국의 유명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용산 신사옥은 ‘소통·연결’이란 핵심 키워드를 갖고 설계된 만큼 1~3층, 지하 1층이 외부인에게도 개방돼 있다. 건물 사방은 유리로 돼 있고 그 유리 위에 ‘나무 발’과 같은 역할을 하는 ‘핀’을 설치해 직사광선은 막아주면서 내부로 자연 채광을 가능하게 했다. ⓒ천지일보 2018.11.30

자연채광으로 내부엔 생기가득

의자·탁자·인테리어로 작품감상

쇼핑에 유명 F&B 브랜드도 가득

[천지일보=이승연·김예슬 기자] 뿌연 미세먼지로 뒤덮인 우중충함도, 마음을 가라앉게 하는 우울함도 이곳에선 기를 펴지 못한다. 강력한 바람으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듯, 문을 여는 순간 스미는 따뜻한 빛이 우울함을 씻겨내기 때문이다. 최근 ‘도심 속 힐링공간’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신사옥의 얘기다.

◆빛나고 싶다면 빛을 품은 아모레로

높은 빌딩과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빌딩숲으로 변한 용산. 그 빌딩들 사이 나지막한 큐브(정육각형) 모양의 독특한 이 건물이 바로 요즘 핫하다는 ‘힐링 스팟’이다. 무엇이 이렇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용산 한복판에 자리한 아모레G 사옥을 찾은 이날, 건물 밖은 한바탕 비를 쏟아부을 것 같이 어둑하고 스산했다. 하지만 내부는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마냥 밝았다. 대체 어떤 조명을 썼을까 궁금해하며 두리번거리는 순간 마주하는 건 1~3층까지 피로티 방식으로 뻥 뚫린 로비 아트리움과 유리로 된 천정이다. 건물 외관에는 햇빛을 차단하는 ‘나무 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여러 굵기의 유선형 핀(알루미늄판)이 감싸고 있다. 이 핀 덕분에 통유리로만 지어진 건물의 단점인 직사광선으로 인한 눈부심은 막아주면서 자연 채광을 실내 공간에 골고루 확산시켜 건물 전체가 ‘빛’을 한가득 머금을 수 있게 된 것. 차가운 회색 노출콘크리트로 내·외부를 마감했음에도 오히려 따뜻하고 밝은 기분이 들었던 건 이 때문이었다. 아트리움 곳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4면의 유리벽과 천정을 통해 들어오는 영롱한 빛을 받고 있으면 밝은 기운이 가득 차는 기분이다. 또 아트리움의 지붕 격인 유리 천정의 위에는 연못처럼 물을 채워둬 빛이 스미는 우물 안에 서 있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밤에는 핀을 타고 조명이 은은히 번지면서 조선백자 같은 영롱함까지 뽐낸다.

◆전시로 문턱 없는 로비 만들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지하 1층에 있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다양 전시가 계속해 진행된다. 내달 23일까지는 다양한 테마의 병풍을 볼 수 있는 ‘조선, 병풍의 나라’를 전시한다. ⓒ천지일보 2018.11.30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지하 1층에 있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다양 전시가 계속해 진행된다. 내달 23일까지는 다양한 테마의 병풍을 볼 수 있는 ‘조선, 병풍의 나라’를 전시한다. ⓒ천지일보 2018.11.30

분위기만 좋은 게 아니다. 눈을 즐겁게 해줄 요소들도 가득하다. 우선 건물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지만 소품들 역시 작품이다. 밧줄로 만들어진 로비 의자나 2~3층 곳곳에 놓인 탁자와 의자는 기성품이 아닌 개인 작가들의 작품이다. 1층에 운영 중인 오설록티하우스와 오설록1979에 놓인 탁자와 의자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 위에 앉아 있는 셈이다.

작품을 모아 전시도 직접 연다. 지하 1층에 자리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이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979년 설립됐다. 신사옥이 오픈된 후부터 다양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으면 현재는 12월 23일까지 ‘조선, 병풍의 나라’를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유행했던 다양한 병풍 수십점을 한자리에 모아 놓았다. 세계 지도와 함께 상상의 동물을 배치해 그려 넣은 ‘곤여전도 8폭병풍’을 비롯해 자수, 풍경, 효행도, 난석, 모란 등 시기별로 유행했던 병풍들을 볼 수 있다.

고객을 위한 부대시설도 잘돼 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하얀색 라커룸이 있어 가방이나 옷 등 작품감상을 방해하는 소지품을 맡길 수 있다. 앱을 활용해 작품에 대한 설명도 하나하나 다 들을 수 있게 해뒀다. 또 화장실도 미술관에 마련돼 있어 다른 층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전시관을 이용한 고객은 세계 미술관, 박물관 전시도록을 소장해둔 에이피랩(apLAP)도 이용할 수 있다.

신사옥 내부에서는 12년째 이어오고 있는 설화문화전도 진행 중이다. 올해 주제는 ‘포춘랜드–금박전(展)’으로 무형문화재 119호 김덕환 장인의 작품을 비롯해 공간, 그래픽, 오브제, 패션, 만화, 미디어, 사운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현대작가 총 13팀이 전통 금박 예술의 미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2층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에서는 대한민국 화장품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아모레의 기록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출시한 제품들과 광고, 판매사원들의 복장까지도 전시된 이곳은 외부인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쇼핑·맛집 힐링까지도 가능

쇼핑과 맛집을 통한 힐링도 빼놓을 수 없다. 2층에 있는 ‘아모레 스토어’는 아모레G 뷰티계열사의 제품들을 한자리에서 체험해보고 구매할 수 있게 만든 매장이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설화수 제품들과 신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뭔가 사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성향이라면 이것저것 화장품을 바르고 비교하며 쇼핑까지 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힐링 공간이다. 단, 주말과 공휴일은 휴무다. 지하1층에는 네일샵과 안경샵도 있고 남성 그루밍족을 위한 바버샵도 자리하고 있다.

지하1층 아모레스퀘어에는 요즘 SNS에서 인기 있는 다양한 F&B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수제맥주와 피자로 입소문이 난 ‘더부스’의 직영펍은 물론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 ‘차알’과 제주 성산일출봉에서 인기를 끈 카페 ‘도렐’도 가로수길, 청담에 이어 이곳에 문을 열었다. 핀란드 디자이너 알바알토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카페 알토 바이 밀도’와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에이랏’도 있다. 이 밖에 지상 2층에는 건강한 유기농 원료만을 사용한 착즙주스 등을 판매하는 ‘이니스프리 그린 카페’와 파스타, 스테이크 등 다양한 메뉴가 제공되는 ‘플로이’도 있다.

“공간이 생각을 지배한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정신으로 사람이 중심인 건물을 만든다.” 서경배 회장의 말처럼 아모레 신사옥은 건물과 사람, 작품, 제품의 아름다운 소통으로 마음까지 아름답게 바꿔주고 있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1번: 개방 공간인 1~3층 곳곳에는 작가들이 만든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어 환한 자연 빛을 느끼며 이야기를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2번: 1층에 마련된 apLAP. 세계 미술관, 박물관 전시도록을 볼 수 있다. 3번: 2층에 마련된 아모레퍼시픽 역사관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 ⓒ천지일보 2018.11.30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1번: 개방 공간인 1~3층 곳곳에는 작가들이 만든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어 환한 자연 빛을 느끼며 이야기를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2번: 1층에 마련된 apLAP. 세계 미술관, 박물관 전시도록을 볼 수 있다. 3번: 2층에 마련된 아모레퍼시픽 역사관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 ⓒ천지일보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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