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타임즈 27일자 광고 내용.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1.29
미 뉴욕타임즈 27일자 광고 내용.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1.29

시민들, 인권침해 심각성 인식... 해외 매체에 ‘고 구지인 사망사건’ 알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를 바꿔야 한다는 기득권 교회의 요구에 따라 가족에게 강제로 납치돼 목숨을 잃은 전남 화순 고 구지인씨 사망 1주기를 앞두고 미국 뉴욕타임즈에 ‘강제개종 금지’ 광고가 실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광고는 강제개종 근절을 바라는 미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모금을 거쳐 게재해 화제가 되고 있다.

◆ 구지인 사망사건은?

고(故) 구지인(27)씨 사망사건은 올해 1월 9일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서 발생했다. 구씨는 부모에 의해 질식사를 당했다. 단순 폭행치사로 보였던 이 사건은 숨진 구씨가 생전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한국이단상담소 폐쇄와 강제개종목사 법적 처벌 및 종교차별 금지법 제정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대통령에게 탄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망 배경에 ‘이단상담소 목회자가 연루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 탄원서에 따르면 신천지교인이라고 밝힌 구씨는 2016년 7월 44일간이나 천주교 수도원에 감금된 채 개종을 강요당했다. 가까스로 탈출한 구씨는 개종교육에 또 끌려 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결국 구씨의 두려움은 현실이 됐고, 구씨는 현장을 빠져나가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본지 취재결과 구씨가 머물렀던 펜션 창문은 못질이 돼 열리지 않았고, ‘가족여행’이었다고 주장한 구씨의 가족은 펜션을 3개월간 쓰기로 예약한 상태였다.

28일 (현지시각) 미국 시민들이 뉴욕타임즈에 나온 '강제 개종 금지' 광고를 보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1.29
28일 (현지시각) 미국 시민들이 뉴욕타임즈에 나온 '강제 개종 금지' 광고를 보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1.29

구씨는 강제개종으로 사망한 두 번째 희생자다. 지난 2007년 10월에도 개종교육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전 남편이 내리친 둔기에 맞아 뇌함몰로 故김선화씨가 생명을 잃었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에 따르면 평범했던 가정의 불행은 김씨의 남편 A씨가 2006년 6월 한국이단상담소장 진용식 목사가 있는 안산상록교회를 찾아가 상담을 받은 후 시작됐다. 2006년 6월 7일 밤 남편과 여동생에 의해 납치된 김씨는 벌교 인근 모텔로 끌려갔다. 그는 같은 달 10일 벌교 지구대에 의해 개종 현장을 겨우 탈출할 수 있었지만 개종교육에 끌려 갈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김씨는 결국 남편과 이혼했지만 남편은 이혼 후에도 집요하게 개종교육을 강요했고 그러던 중 참극이 빚어졌다. 남편 A씨가 구속된 후 구치소에는 이단상담소 목회자들이 찾아왔다.

두 사건 모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국내 언론은 이 사건을 ‘종교문제’, ‘가정문제’란 이유로 철저히 외면했다.

◆ 올해만도 강제개종 피해자 137명

강피연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현재 확인된 강제개종 피해자만 137명에 달하는 등 제2, 제3의 ‘구지인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와 달리 미국 등 해외언론에서는 강제개종을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로 간주하고 집중적으로 구지인 씨 사망 사건을 조명했다. 실제로 구지인 씨 사망 이후 전 세계 15개국 23개 도시에서 강제개종 근절 캠페인과 결의대회가 잇따라 열렸으며 해외 33개국 언론이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구지인씨 사망 1주기를 맞아 성금이 모아졌다. 시민들은 강제개종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미국의 유명 일간지를 통해 강제개종의 현황을 알리고 그 근절 대책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미 뉴욕타임즈 27일자 전면광고.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1.29
미 뉴욕타임즈 27일자 전면광고.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1.29

뉴욕타임즈는 28일(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전 세계가 종교의 자유 침해에 주목하고 있으며 종교박해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돕기 위한 노력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매체는 “전시국가나 신흥 국가들에서 종교탄압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케이팝(K-Pop)의 고향인 대한민국에서 강제개종에 의한 살인이 발생했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한기총과 강제개종에 대항하는 시위를 도울 것과 구지인 씨와 같은 희생자들의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광고 후원에 참여한 기진명 한국외국인인권보호법률위원회 광주·전남지부 인권국장은 “뉴욕의 한 시민이 강제개종 사망사건을 접한 후 Go Fund Me 사이트를 통해 모금운동을 시작했고, 저도 동참하게 됐다”며 “구지인 씨 사망 1주기를 앞두고도 강제개종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광고를 통해 한국의 강제개종 실태가 전 세계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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