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식품(GMO) 감자가 내년 초에 국내에 수입될 예정인 가운데 GMO 완전표시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감자와 감자튀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천지일보 2018.11.29
유전자변형식품(GMO) 감자가 내년 초에 국내에 수입될 예정인 가운데 GMO 완전표시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감자와 감자튀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천지일보 2018.11.29

결론 나지 않은 ‘GMO완전표시’… ‘미표기’ 간장·식용유·가공식품 봇물
靑청원 125건… 시민단체 “文 공약 안 지켜·내년 2월 GMO감자 우려”
국회 발의했지만 반대의원 있어… ‘지방선거 공약용·기업 봐주기’ 지적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정부는 GMO(유전자변형식품) 감자 수입 승인절차를 즉각 중단하라!”

소비자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8일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8월 GMO 감자(SPS-E12)에 대한 안전성 승인 절차를 완료하고 내년 2월에 최종 수입 승인을 내릴 예정”이라며 이처럼 반대 입장을 내놨다.

경실련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연평균 200만여톤의 GMO 농산물을 수입해 왔다”면서 “GMO 감자는 지금까지 승인된 GMO 농산물과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며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GMO의 변형 유전자·단백질이 남아 있는 감자튀김 등이 판매된다 하더라도 소비자는 알 수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GMO 얼마나 많을까?

유전자변형식품을 의미하는 GMO는 1994년에 세상에 첫 선을 보이고 올해까지 24년 역사밖에 되지 않았다.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자신이나 후대에 해가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의 GMO 대량 수입국이다. 2017년 8월까지 최근 5년간 국내에 수입된 콩·옥수수 등 GMO 농산물은 971만톤이고 사람이 먹는 식품원료 GMO 수입량도 200만톤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3월부터 GMO 표시를 의무화했지만 일부 품목은 제외 대상이 되면서 사실상 유전자 변형 유무 표시인 ‘GMO’와 ‘Non-GMO’ 표시가 어렵다.예를 들면 현행법상 GMO 원재료를 사용해도 DNA(단백질)가 검출되지 않으면 GMO가 들어 있더라도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GMO 농산물 중 대다수가 카놀라유나 올리고당 등으로 쓰이는데 이 또한 단백질 외에 탄수화물과 지방만 사용하는 경우가 돼 GMO 표기를 하지 않게 된다. GMO가 사용됐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를 보기가 어려운 게 이 때문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버몬트주에서는 GMO 원재료를 사용하기만 해도 GMO 표기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이지만 GMO 표시제를 유럽처럼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공식품에는 수입 대두와 카놀라유가 사용됐음을 알리는 표기는 돼있지만 유전자변형식품(GMO) 여부는 표시되지 않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9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공식품에는 수입 대두와 카놀라유가 사용됐음을 알리는 표기는 돼있지만 유전자변형식품(GMO) 여부는 표시되지 않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9

◆소비자 “GMO 완전표시 의무화” 요구

국민들과 소비자단체들은 우려를 나타내며 ‘GMO 완전표시 의무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안정성 문제는 둘째로 두고 일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 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국회의원 다수도 이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나온 신혼인 김모(28, 여)씨는 GMO를 아는지에 대해 “아이를 갖고 나서 먹는 것을 조심하고 있는데, 최근에 유전자변형(GMO) 가공식품이 있다고 들어서 걱정된다”며 “이 표시(GMO)가 있고 없고를 국민들이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라디오에서 GMO 관련 뉴스를 들었다고 한 김모(50대, 여)씨는 “심지어 동물 사료에도 GMO와 Non-GMO를 표시한다고 들었는데 사람이 먹는 식품들에는 이 표시가 안 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부 황모(53, 여)씨는 “유전자 변형 식품 표기 문제를 떠나서 이 식품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유전자 변형식품이 조리해서 먹어도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어떤 영향을 줄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이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GMO 표시 두부를 산적이 있다고 하는 배모(50, 여)씨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구매한 경험이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유전자 변형 식품이 있는지를 모두 표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11월 28일 현재 기준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 GMO를 검색하면 관련 청원이 125건이 검색된다. 이 중 지난 3월 12일에는 ‘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하는 청원에 21만 6886명이 동의해 청와대 답변 기준 20만명을 넘었다.

28일 현재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전자변형식품(GMO) 관련 청원이 125건이 올라와 있다. 이 중 지난 3월 12일에는 ‘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하는 청원에 21만 6886명이 동의해 청와대 답변 기준 20만명을 넘었다. ⓒ천지일보 2018.11.29
28일 현재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전자변형식품(GMO) 관련 청원이 125건이 올라와 있다. 이 중 지난 3월 12일에는 ‘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하는 청원에 21만 6886명이 동의해 청와대 답변 기준 20만명을 넘었다. ⓒ천지일보 2018.11.29

◆청와대·국회, 미온적 태도 “문대통령 공약인데…”

청와대는 3개월이 지난 5월 8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은 이날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통상 마찰 우려가 있다”며 “종합적으로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월 1일 식약처는 ‘GMO 표시 개선 사회적 협의체 구축·운영’에 관한 용역을 ㈔한국갈등해결센터와 체결했다.

경실련을 비롯해 소비자시민모임·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한국YMCA·한국YWCA·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사회적 의견수렴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선협의체를 민간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GMO 안전성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며 “안전하면서도 건강한 먹거리 생산·공급체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 먹거리 전략을 수립하고 GMO 표시를 강화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말한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국회에서도 미온적인 반응은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GMO 완전표시제 관련 내용이 담긴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은 5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김현권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발의했고 하나는 경실련이 입법청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위 상임위에서는 개정법안을 발의한 의원들 외에는 관심이 없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실에서는 “GMO 법안 과정에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찬반 논란이 있는 경우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위에서 논의가 거의 되지 않는다”며 “야당 의원들에 대한 설득과 국감 질의를 통해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GMO 완전표시 필요성에 대해 “식약처에 질의를 했을 때 청와대 답변처럼 국가 간 통상마찰과 물가상승을 이유로 들어 반대 입장을 냈다”며 “하지만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통상마찰은 사실상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소하 의원실은 GMO 완전표시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민간용역을 거쳐 사회적 합의 위원회를 구성했고 여기에서 결론이 안 날 경우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초 또 다시 GMO 감자가 수입될 예정인 가운데 국민은 지금까지의 가공식품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모르게 GMO 감자가 사용됐는지도 모르고 감자튀김과 가공식품을 먹을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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